[더팩트ㅣ런던=이헌일 기자] 마치 한 폭의 명화 같은 서울이 눈 앞에 펼쳐진다. 도심 건물숲과 아파트, 사방 곳곳의 산등성이가 어우러진 스카이라인과 함께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흐르는 한강까지, 어딜 봐도 '그림'이다.
몸은 영국 런던의 명물 '런던아이'에 탑승해 135m 상공을 지나고 있지만 머릿 속엔 몇 년 뒤 '서울링'에 올라탔을 때 바라볼 광경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런던아이를 체험한 14일(현지시간) 런던의 하늘은 1년 내내 우울한 날씨라는 악명과 달리 파랗고 눈부셨다. 맑디맑은 서울의 한 가을날과 같은 모습이었다.
입구는 평일 낮이라는 시간대에도 약간의 대기줄과 함께 템즈강변을 즐기는 관광객과 시민으로 북적였다. 어렸을 적 언젠가 타봤던 대관람차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런던아이 캐빈(cabin)에 올랐다.
캐빈은 사방이 투명한 타원형 곤돌라 형태로, 내부 공간은 20명 이상이 타도 모두 함께 사방의 경관을 감상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넓고 쾌적했다. 일반적인 대관람차처럼 '움직이기는 하는구나'라는 정도의 속도로 느릿느릿 런던의 하늘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최고 고도 135m까지 올라가면서 산 하나 없이 탁 트인 런던의 경관이 서서히 눈앞에 펼쳐졌다. 맑은 날씨 덕분에 서울보다 2.5배나 크다는 런던의 끝과 끝까지 모두 볼 수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유유히 흐르는 템즈강의 반짝이는 물결, 고풍스런 고성과 현대적인 고층빌딩이 어우러진 도심, 옅은 하늘색부터 진한 파랑색까지 층층이 색이 쌓인 하늘과 하얀 구름까지 한 시야에 모두 들어왔다. 바로 강가의 대관람차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강변에서 멀리 떨어진 고층빌딩에서 내려다보는 것과는 또다른 매력이 분명했다.
강폭이 템즈강의 5~6배에 달하는 한강, 사방이 평지인 런던과 달리 곳곳에서 도시를 굽어보는 서울의 산들, 유난히 많은 아파트와 고층 건물들이 어우러지는 스카이라인 등이 머릿 속에 그려지면서 서울링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이보다 더욱 아름다울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또 런던아이는 구조물 가운데 살이 있는 형태라 가장 높은 고도에 오른 경우를 제외하면 한쪽 풍경은 살에 가려져 감상을 방해하지만 서울링은 살이 없는 구조라 더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날 런던에서 1년에 며칠 안되는 맑은 날씨 덕분에 최고의 조망을 즐길 수 있다는 안내자의 설명이 있었다. 서울은 런던보다 훨씬 맑은 날이 많으니 서울링에서는 이런 풍경을 언제나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바깥 기온이 10도 내외고, 바람도 제법 불어 쌀쌀한 기운이 드는 정도였지만 캐빈 내부는 쏟아지는 햇살 때문에 무척 더웠다. 공조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땀이 송송 맺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을 수 밖에 없었다.
다소 비싼 탑승 가격도 서울링을 만들 때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런던아이 탑승료는 40파운드 가량으로 약 6만 원 수준이다. 관광객도, 시민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함께 런던아이에 탑승한 오세훈 시장은 "(서울링이 자리할 월드컵공원이) 좀 외진 곳이기 때문에 뷰가 얼마나 예쁘게 나올지 문제제기가 있다"며 "드론을 띄워 (후보지마다) 뷰를 다 보고 판단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탑승료에 대해서는 "요금이 저렴할수록 좋겠지만 투자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 중간 정도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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