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덕인 기자] 최근 2년간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많은 학생들이 학원가를 찾아 밤늦게까지 치열하게 공부를 하고 있죠.
문제는 학원가 일대에서 도로 통행을 방해하는 차들이 많아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고 하는데요. 얼마 전 종영된 전도연 정경호 주연의 인기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도 학원 공부를 마치는 시간, 학생들을 태우려는 학부모와 학원 버스 차량으로 도로가 마비되는 장면이 자주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현실은 어떨까요? 유명 학원가 일대를 돌아봤습니다.
9일 오후 2시 인천 연수구 송도. 학원버스들이 익숙하게 도로 끝 차선에 정차하고 학생들을 내려줍니다. 정차한 지 5분이 지났지만, 버스는 떠나지 않습니다.
학원가에서 일하는 한 약사는 저녁 시간이 되면 학원버스들이 더 많이 보인다고 말합니다.
[약사 손 씨/인천 송도: 오후 학생들 하교 이후에 학원 차가 많기는 해요. 주변에 마땅히 차를 세울 만한 곳도 없고요. 시끄럽고 번잡스럽기는 하지만, 서로 이해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A 부동산 직원/인천 송도: (학원버스가) 저희 가게를 가려서 불편하기는 하죠. 시끄럽고요. 차들 도로에 못 세운다고 하면 지하 주차장에 가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지하에 주차하기에는 (학생들) 어머님, 아버님 차로 꽉 차거든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로 이동해 봤습니다. 밤 8시 이곳의 교통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학원이 몰려 있는 은마아파트 입구 사거리를 중심으로 차들이 도로를 덮기 시작합니다. 대부분 차들은 학원 공부를 마친 자녀를 픽업하기 위해 온 부모들입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까지 올라온 차량도 보입니다. 근처 식당 직원은 불법 주정차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합니다.
[B 식당 직원/서울 대치동: 10시면 여기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마비돼요. 학원이 다 끝나서요.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식당 앞에 몰리는 편이긴 해요.]
강남구청은 총 1000여 개의 학원이 밀집한 대치동 학원가의 체증구간 해소를 위해 매일 밤 구청 주차단속원과 경찰관, 모범운전사 등을 편성해 교통 방해 차들을 계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를 장악한 수많은 차를 막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모범운전사 김 씨/서울 대치동: (학원 앞 차들) 밤 9시 50분부터 10시 15분까지가 제일 많아요. 학부모들이 협조를 잘 안 해줘요. 아이 태운다고 버스정류장이나 사거리 코너에 (차) 대 놓고요. 가라고 해도 잘 안 가요.]
은마아파트입구 사거리는 모범운전사 6명이 서 있어 비교적 차량 통행이 원활하지만, 사거리에서 떨어진 지역은 버스정류장 앞까지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가득했습니다. 정류장 앞 차에게 입장을 묻자, 그제야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대치동 일대를 운행하는 한 버스기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버스기사 C 씨/서울 대치동: 달라질 수가 없어요. 여기서 (교통정리 하는 분들이) 뭐라고 이야기해도 주정차하신 분들이 안 들어요.]
[기자: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텐데요.]
[버스기사 C 씨/서울 대치동: (불법 주정차한) 저분들이나 버스나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예요. 14년 일했는데요. 14년 동안 항상 같았어요.]
학원가를 지나는 운전자들은 물론, 주변에서 일하는 상인과 행인 등 많은 사람들이 불법 주정차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비단 취재진이 본 대치동과 송도 학원가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주차 단속반과 모범운전사들이 매일 밤 현장을 누비고 있지만, 한계는 있습니다. 운전자가 차 안에 대기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쉽게 '딱지'를 끊을 수 없습니다. 14년 동안 달라진 게 없다는 버스기사의 말을 명심해야 합니다. 더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