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스토리] 경찰계 '1타 강사' 떴다…30년 관록 아낌없이 후배들에


경기남부경찰청 김범일 현장강사 팀장
폭넓은 수사·실무 경험 3000여회 강의
"국민의 인권 지키는 경찰 돼야" 지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김범일 경감은 8년째 경찰 내 강사로 활동 중이다. 정확한 직함은 현장강사. 2015년 경찰청에서 도입한 제도인데 각종 실무 지식을 연구하고 일선 경찰관들에 내용을 강의하는 역할이다. /조소현 인턴기자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합니다. 전국 14만 경찰은 시민들 가장 가까이에서 안전과 질서를 지킵니다. 그래서 '지팡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죠. 그러나 '범죄도시'의 마동석이나 '신세계'의 최민식이 경찰의 전부는 아닙니다. <더팩트>는 너무 가까이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게 되거나 무대의 뒤 편에서 땀을 흘리는 경찰의 다양한 모습을 <폴리스스토리>에서 매주 소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팩트ㅣ조소현 인턴기자] '듣기만 해도 1등급'. 성적을 올리는 데 학생의 노력만큼 중요한 게 강사의 역량이다. 제자를 위해 문제를 분석하고 수업을 준비하는 일이 과연 쉬울까. 좋은 성적 뒤에는 늘 강사들의 노고가 있다.

경찰 수사도 마찬가지다. '1타 수사 강사'가 있다. 치안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고 지구대, 형사, 교통경찰, 112 상황실 근무자들에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김범일 경감은 8년째 경찰 내 강사로 활동 중이다. 정확한 직함은 '현장강사'. 2015년 경찰청에서 도입한 제도인데 각종 실무 지식을 연구하고 일선 경찰관들에게 강의하는 역할이다. 전국 지방경찰청에 총 64명이 있다.

김 경감은 현장강사 중에서도 '일타'로 정평이 났다. 강의 횟수만 3000회가 훌쩍 넘는다. 많을 때는 하루 8시간을 강의한다.

수강생 대부분이 현장 출동을 마치고 돌아와 강의를 듣는 탓에 조는 경우가 많을 법하지만 김 경감의 강의에서는 다르다. 모두 눈을 반짝인다. 34년의 형사 관록을 녹인 강의가 그 비법이다.

"실제로 겪었던 사례를 중심으로 강의하는 편이에요.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주려고 노력하죠. 자신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 업무와 직결된 이야기를 해주니까 집중을 잘하시는 것 같아요."

김 경감은 외사범죄수사대, 광역수사대, 지능범죄수사대, 대통령 경호팀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아 왔다. 특히 수사를 오래 한 탓에 가끔 실수나 방심으로 비난받는 경찰관들을 볼 때 가장 안타깝다.

그는 현장 경찰관들이 실수를 줄이려면 정확한 절차부터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강사에 지원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이유다.

"'경찰관은 움직이는 작은 정부다. 우리가 곧 국가다'라는 말을 많이 해요. 국가는 기본권의 수범자잖아요. 적법한 절차를 제대로 지켜달라고 당부하죠. 경찰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해요."

김 경감은 경찰청에서 인정하는 강사 자격 이외에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강사, 서울시 인권아카데미 인권강사,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희롱·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예방 전문강사, 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식 개선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조소현 인턴기자

물론 30여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교육 역할까지 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강의가 만족스럽지 못한 날에는 잠을 설치는 일도 잦았지만 피드백을 토대로 강의를 수정해 나갔다.

전문성도 쌓았다. 경찰청에서 인정하는 강사 자격 이외에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강사, 서울시 인권아카데미 인권강사,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희롱·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예방 전문강사, 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식 개선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흔히 경찰관 업무를 두고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같다'고 말해요. 이쪽으로 떨어지면 교도소 가는 거고, 반대쪽으로 떨어지면 사는 거라고. 그만큼 업무가 아슬아슬할 때가 많죠.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한 만큼 제대로 강의하려면 전문성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교육 방법을 연구했다. 암기라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안 써본 방법이 없다.

"현행범을 체포할 때 네 가지를 반드시 기억하라고 주입해요. '사유변기'죠.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 '변'호사 선임권, 변명의 '기'회. 하나하나 알려주는 거예요. 아무리 급해도 절대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처음에 배웠어도,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김 경감은 앞으로는 인권 분야에서 특히 돋보이는 현장강사가 되길 꿈꾼다.

"내 인권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인권도 중요한 거예요. 그걸 인식하는 순간 경찰들도 국민의 인권과 관련된 절차는 더욱 주의해서 지키겠죠. 지금까지 경찰의 인권의식이 성장한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거라고 믿습니다."

sohyun@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