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외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비대면 수업을 한 교수를 해임한 건 부당한 징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대학교수 A 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교수는 2021년 1월 수업 시간과 일수를 준수하지 않았고 A 학점을 너무 많이 줘 학사관리를 불성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A 교수 측은 화상 회의·메신저 앱 등 외부 앱을 사용해 수업을 진행했다고 해명했지만, 학교 측은 외부 앱 사용을 정규 수업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학교는 2020년 2월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전면 온라인 비대면 수업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원격수업 플랫폼 '블랙보드'를 사용해 수업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A 교수는 해당 플랫폼 외에 다른 외부 앱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해 정규 수업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교 측에 따르면 플랫폼 오류로 줌(zoom) 시스템을 이용할 시에도 녹화 영상을 블랙보드에 올려야 했다.
이에 A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해임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 교수 측은 재판 과정에서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전면적으로 실시됐는데, 블랙보드는 수시로 강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 시스템이 불안정했다"라며 "과목 특성상 학생들과 쌍방 소통이 필요하나 블랙보드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다. 블랙보드 플랫폼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학생들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기 위해 외부 앱을 강의의 보조 도구로 활용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자신이 강의하는 내용을 카카오톡에 전부 타이핑해 남겨둔 점을 고려하면 강의 시간 및 수업일수 기준을 준수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외부 앱을 사용해 진행한 수업도 정규 수업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A 교수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A씨가 학사 지침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된다"라면서도 "다른 플랫폼을 통해 수업을 한 시간까지 포함할 때 학칙에서 정한 수업일수 및 수업 시간 기준 충족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수업 시간 및 수업일수 미준수의 비위 정도가 심하다거나 고의가 있는 경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학교의 원격 수업 플랫폼이 자주 오류를 일으킨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실제로 블랙보드 플랫폼이 다운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고, 쌍방 소통의 수업을 하고자 한 A 씨의 수업 방식은 블랙보드 시스템보다 화상 회의 등 다른 플랫폼이 더 적합해 활용했을 것"이라며 "A 교수의 수업을 수강한 학생 역시 모두 수업 방식을 높게 평가하고 있고, 수업 일부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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