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덕인 기자] "여기가 만남의 장소야."
2일 오후 서울 종로 3가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 A 씨(남·70대)는 취재진이 여기에 온 이유를 묻자, 미소를 지으며 답했습니다. 이어 "부산 사는데 볼일 보러 왔다가 들렸다. 여기가 지하철도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다"며 지리적 이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인을 기다리던 B 씨(남·80대)는 "커피집 가면 최하 3000원인데 여기 커피는 싸다. 오래 앉아서 대화하기도 좋다"며 저렴한 가격대를 장점으로 언급했습니다.
정오부터 3시간가량 이 패스트푸드점을 지켜본 결과, 이용객 중 70% 정도가 만 65세 이상으로 보이는 노인들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음료 한 잔이나 아이스크림 등을 시킨 뒤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다음 이용객들은 주문한 음식을 들고 대기했습니다. 주문 없이 한 시간 이상 착석해있는 노인도 곳곳에 보였습니다.
오후 2시. 패스트푸드점은 식사하는 이용객으로 붐볐습니다. 매장 직원들은 테이블이 깨끗한 노인들에게 주문을 요구했습니다. 한 노인은 그제야 자리를 떠났고, 대기하던 이용객이 재빨리 자리로 향했습니다. 직원은 "어르신들이 오랫동안 앉아있다"며 "자리가 부족할 때는 (어르신들께) 계속해서 주문을 요구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약속 때문에 종로를 찾았다는 C 씨(여·60대)는 "여기 노인들이 많이 있어서 오래 있기가 편하다"며 "다른 곳으로 마땅히 갈 데가 없다"고 이곳에 온 이유를 말했습니다. 노인들이 종로에 있는 탑골공원 등 야외공간보다 패스트푸드점에 몰리는 이유는 미세먼지와 한파 등 변덕스러운 날씨도 한몫합니다.
따뜻한 난방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저렴한 가격의 음료 한 잔이면 그들에게 더 좋은 휴식 공간은 없습니다. 또 집에 있긴 심심해 또래 친구들이 많다는 이유로 매장을 찾는 노인도 있었습니다.
주문하지 않거나 간식 하나를 구매하고 반나절 이상 테이블을 이용하는 노인들 때문에 매장을 방문하는 이들이 불쾌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카페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 패스트푸드점 이용에 있어 에티켓은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