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주현웅 기자]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은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 폭력 논란을 어떻게 바라볼까. 수년 동안 학교 현장을 지켜온 SPO들은 아들의 행태도 문제지만 보호자인 정 변호사의 대응에 훨씬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차기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내정된 지 하루 만에 낙마한 정 변호사의 아들 논란은 전방위로 확산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학교폭력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법무부와 경찰청은 인사 부실검증 책임에 놓였다. 국회에서는 대학 입시에 학폭 전력 등 인성 평가를 반영하고, 인사검증단을 법무부 대신 인사혁신처에 두는 소위 '정순신 방지법' 제정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안을 가장 심각하게 바라보는 쪽은 SPO이기도 하다. <더팩트>와 인터뷰한 SPO들은 오랜 기간 학교 현장을 지켜왔으나 정 변호사 같은 사례는 처음 봤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학생보단 정 변호사 등 부모의 태도가 눈에 띄었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소속 한 SPO는 "정 변호사가 피해 학생에 뒤늦게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지만 매우 부족하다"며 "사건 당시 담임 교사 등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사죄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측 처분을 놓고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학교는 법률 대리인을 별도로 두지 않기 때문에, 교장부터 담임 교사까지 재판 준비로 수업 준비 등에 대단히 큰 지장을 받았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통상적으로 학교와 교사는 가해 학생이 웬만큼 큰 잘못을 해도 같은 제자이기 때문에 웬만해선 강제전학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정 변호사 사례에선 그뿐만 아니라 학생과 부모의 반성 없는 태도까지 꼬집은 점이 눈에 띄었다"면서 "정 변호사가 단순히 고위직이기 때문이 아니라, 학폭의 사안 자체가 엄중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서울청 SPO는 거친 말과 함께 '정 변호사의 자녀 교육 실패'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학교폭력 문제 해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해자의 반성과 피해자의 용서라는 교육적 가치"라며 "정 변호사는 가해자인 자녀에게 반성할 기회 자체를 주지 않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또 "반면 정 변호사 아들이 다닌 학교측 대응은 다른 학교가 본받을 지점"이라며 "공부 잘하는 학생은 잘못을 저질러도 비교적 양호한 처분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편인데, 끝까지 문제 제기를 해나간 점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모 지방청의 한 SPO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 역시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학교 교육 현장을 모욕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학교폭력심의위원회 등 학폭 문제를 교내 혹은 교육청에서 풀 수 있도록 제도를 둔 이유는 청소년들을 법정으로 데려가는 대신 교육 현장에서 계도하기 위해서다"라며 "정 변호사는 이런 가치를 아예 외면한 채 법 기술자 면모를 드러낸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 고위직까지 맡았다지만 적어도 아들 문제에 관해선 교육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 정의마저 외면한 처사였다"며 "이제라도 피해 학생과 부모뿐 아니라 학교와 사회에 대국민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정 변호사 아들은 2017년 한 기숙형 자립형사립고에 입학해 한 친구에게 1년 가까이 폭언과 집단 따돌림을 계속했다.
피해 학생은 공황장애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정도였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이듬해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전학 처분을 받았다.
이후 정 변호사는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 나서 전학을 막기 위해 재심 청구, 행정소송, 집행정지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했다. 소송은 대법원에서 청구 기각으로 확정됐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이후 전학해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피해 학생은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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