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 논란에 서울대생들 분노…"부끄럽다"


학교 게시판에 대자보 게재…입학본부에 항의 전화도
서울대 "논의 중인 사항 없어"…입시규정 개선 지적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앞 게시판에 28일 윤석열 대통령의 정순신 변호사 국수본부장 임명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김이현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으로 국가수사본부장직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를 놓고 서울대 동문들 사이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학교엔 대자보가 붙었고, 입학본부로 항의 전화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계에선 입시전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앞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의 정 변호사 국수본부장 임명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걸렸다. 작성자는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22학번'이라고 신분을 밝혔다.

작성자는 "국가수사본부장은 전국의 3만 수사 경찰을 총지휘하는 자리다. 이 중요한 자리에 다시 한번 검사 출신 정순신을 임명했다"며 "윤 대통령은 학교 폭력은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순신의 아들이 고교 시절 피해자를 자살 시도에 이르게 할 만큼 심각한 학교폭력 가해자였기 때문"이라며 "정순신의 아들은 윤석열, 정순신과 함께 부끄러운 대학 동문 목록에 함께 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 변호사의 아들 정 씨는 2017년 자립형사립고 재학 시절 동급생에게 수개월에 걸쳐 언어폭력을 가한 사실이 인정돼 강제전학 조치를 받았다. 정 변호사 측은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9년 4월 최종 패소했다.

피해 학생은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 씨는 수시가 아닌 수능 성적 100%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정시모집으로 서울대에 진학했다.

서울대 동문 사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자보를 지켜보던 사회학과 4학년 이모 씨는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받는데 가해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을 살아가게끔 부모가 앞장섰다"며 "학폭 사태로 학교가 언급되는 것도 부끄럽지만, 이런 사태에 문제인식도 없고 걸러내지도 못한 시스템이라는 게 더 부끄럽다"고 했다.

휴학생 윤모(23) 씨는 "피해 학생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는 차치하고, 오직 입시를 위해 검사 출신의 아버지가 가능한 모든 법적 절차를 동원해 시간끌기식 대처를 했다는 점에서 분노한다"며 "학폭 가해자의 입학 여부보다 시간끌기식 법적 대응에 취약한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과대학 4학년 김모 씨는 "중대한 징계 내역이 있는 지원자가 어떻게 무사히 서울대 입시를 통과할 수 있었는지 대해 학교 측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7회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정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이동률 기자

정 변호사의 아들이 입학하던 2020년 당시 '수능 위주 전형'(일반전형)에서 수능 성적을 100% 반영했다. 단서 조항으로 '학내·외 징계 여부와 사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전화가 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논의되는 사항은 없다. 입시자료 등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 변호사 아들 논란을 계기로 법안을 대폭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능성적을 100% 반영하는 입시전형에서 학폭에 따른 처분 기준을 규정하는 등 실효적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우려와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종합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부분 대학은 학폭에 대한 입시 규정이 없다. 일선학교에서는 학폭 심의위원회가 열리고 기록되는데, 정작 대입에서 관련 규정이 없다는 건 모순"이라며 "단순히 '감점할 수 있다'고만 하는 게 아니라 전형요강에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기록이 있다는 것만 가지고 무조건 탈락하거나 감점처리하는 것도 이중처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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