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서민의 술, 소주와 맥주 공급가격의 인상 조짐이 보이면서 식당 판매가 '6000원'을 앞두고 있다. 차라리 직접 사다가 집에서 마시는 '집혼술'을 하겠다는 시민도 나온다.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하면서도 판매가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이 지난해보다 리터당 30.5원 인상돼 885.7원이 된다. 20.8원 오른 지난해보다 인상 폭이 크다. 소주의 원재료인 주정(에탄올) 가격과 소주병 공급가격이 인상되면서 소주 가격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세금과 공급가격이 오르면 부담은 시민들의 몫이다. 지난해 소주 출고가가 1병당 85원 인상되면서 마트와 편의점 판매가는 1병당 100~150원, 음식점 판매가격은 500~1000원가량 올랐다. 이에 따라 올해 음식점에서 소주를 마시려면 6000원가량 내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주 6000원 시대'를 바라보자 "집에서 사다 마시겠다"는 시민이 줄을 잇는다. 식당에서 소주를 6000원 주고 마실 바에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저렴하게 구매해 '집에서 혼술'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20대 공무원 김모 씨는 "식당에서는 6000원이지만 마트에서는 올라도 1000원대니까 저렴하게 사다가 집에서 마시는 게 낫겠다"며 "배달 음식을 시키는 데에 돈을 더 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밖에서 술 먹는 일은 회식 아니면 줄여야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에서 일하는 이모(31) 씨는 "사케나 와인을 사 먹겠다"며 "소주가 한 병에 6000원인데 양이 3배에 가까운 사케는 만 원대 후반이면 집에서 먹을 수 있다, 소주 세 병에 가까운 가격이니 결국 비슷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30대 직장인 A씨는 "몇천 원 아끼겠다고 먹는 양을 조절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술값에 대한 부담은 커질 것"이라며 “관리비, 물가 모두 오르고 있는데 술값까지 오르는 게 너무 부담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1년 만에 또 술값을 인상하면 손님들이 줄어들 수 있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나날이 오르는 식자재 값에 주류 가격 인상 소식까지 들리다 보니 판매가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곰탕집에서 일하는 B씨는 "지금 5000원인 소주도 비싸다고 하는데 더 오르면 안 마시지 않겠느냐"며 "나이 많은 사람들은 소주가 500원일 때부터 마셔서 더 투덜댄다. 1000원 더 저렴한 막걸리를 시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서초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60대 이모 씨는 "작년에 다른 가게들이 더 올릴 때도 안 올리고 '가격이 좀 더 저렴하면 오겠지'하고 장사하고 있다"며 "소주 가격이 또 오른다고 해서 이번엔 가격을 올려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트에서 저렴하면 그렇게 사 먹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며 "택시비 인상으로 손님은 일찍 빠지고, 식자재 가격도 올라서 매출이 올라도 순수익은 줄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계속 힘든 사정"이라고 털어놨다.
20년째 꼼장어집을 운영 중인 B씨는 "소주 가격을 올린 지 얼마 안 돼서 우선 소주가 오른 다음에 고민해보려고 한다"며 "처음엔 가격이 올라서 투덜대겠지만, 익숙해지면 또 찾지 않겠나 생각하고 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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