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청문회급 심사'한다는 법원…수사 밀행성 보호는 과제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 도입 논란
영장 청구율 급증·사실상 대부분 발부
제한 장치 요구되지만 수사 보안도 중요

대장동 로비·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21년 11월 17일 오후 곽상도 전 의원의 서울 송파구 자택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검찰 직원이 압수품을 차에 싣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대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사건 관계인 등을 불러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규칙 개정을 추진하자 대검찰청과 변호사 단체 등 '법조 3륜'이 이견을 보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자정보 압수 수색률이 급증한 한국 사회의 현실과 해외 제도 운용 사례에 비춰 보면 국내에도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앞서 '사전 제한 장치'가 분명히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수사 밀행성·제보자 보호를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강하다.

◆미국은 '청문회급 심사'…"압색률 높은 한국도 '사전 제한' 필요"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금까지 법관은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서면 심리만으로 압수 필요성 등을 검토해 발부 여부를 결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관은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하기 전 사건 관계인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로 대면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 현행 압수수색 영장 심리는 수사기관이 작성한 영장 청구서와 수사 기록을 토대로 한 서면 심리 위주인데, 향후 대면 심리도 가능하게 해 압수수색에 필요한 사실관계를 더욱 자세히 살피겠다는 설명이다.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 압수수색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 자기 결정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커 특별히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 취지다.

국내 압수수색은 통계상 급증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2011년 3만 7948건에서 2022년 2만 2589건으로 40% 이상 감소하는 추세인 데 반해, 압수수색영장 청구 건수는 2011년 10만 8992건에서 2022년 39만 6671건으로 3.6배 이상 급증했다. 2022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89.8%로, 영장 청구 10건 중 9건가량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 법원을 향해 '영장 자판기'라고 비판하는 근거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현대사회의 강제수사 중심축이 기존의 인신구속에서 전자정보 압수수색으로 넘어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전자정보 압수수색은 특성상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커 특별히 규율할 필요가 있어 '선별 압수의 원칙'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대법원 취지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독일 등은 △영장에 의문 사항이 있는 경우 △디지털 증거에 대한 강제수사인 경우에 대면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압수수색영장 청구에 의문이 있으면 검사나 경찰관을 불러 청문회에 가까운 수준의 심리를 한다. 독일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통신정보 수집을 원칙적으로 '공개적인 수사 처분'으로 다루고 있고, 당사자에게 법적 심문의 기회를 보장하도록 같은 법률에 규정하고 있다. 사전 심문을 예외적으로 배제할 수 있으나 이때는 이유를 분명히 제시해야 하는 등 대면 심리 방식이 기본이다.

이에 검찰은 "(해외 사례는) 대법원이 도입을 추진하는 공식적 심문 절차와는 전혀 궤를 달리하는 비공식적 면담 절차"라며 "수사관이 판사 면전에서 선서를 할 뿐 미국 실무상 참고인·피의자 등에 대해 판사가 심문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맞섰다. 하지만 대법원 역시 검찰이 설명한 미국 사례는 법원이 도입하려는 임의적 법관 대면 심리제도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입장이다. 현행 실무와 같이 법관이 ‘전화 통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비공개 대면’으로 더 충실한 심리를 해 영장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심리의 주된 대상을 영장을 청구한 수사기관 등으로 상정하고 있고 수사 보안을 침해할 수 있는 피의자, 변호인 등은 원칙적으로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국내 법조계에서도 사전심문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대법원이 제도를 도입한 제도 취지에 따르면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수사 밀행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게 될 것이고, 법관도 이를 판단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며 "검찰이 밀행성이 필요한 사유를 소명하고 법관이 판단하는 건 사법체제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또 "밀행성이 짙은 사안인지 모호한 사건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경우에는 수사기관 관계자만 불러 심문하거나, 수사기관과 피의자 양측과 무관한 공익변호사제도를 보완 신설해 입회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제도 자체를 반대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는 꼼꼼히 따져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법원 통계상 그렇다고 볼 수 없는 현실"이라며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전자정보에 개인의 삶 전체가 녹아 있는 현시점에서 대법원이 반성을 잘한 것 같다"고 봤다.

대법원에 동의를 나타내는 일선 변호사들도 적지 않다. 한 중견 변호사는 "한국은 압수수색이 너무 많다"며 "수사의 밀행성 못지않게 압수수색에 제한을 거는 장치로서 (사전 심문제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불명확한 혐의로 광범위하게 자료를 압수 수색을 하는 게 한국의 수사 관행"이라며 "법원에서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범위에 의문이 든다면 관계자를 불러 확인하는 게 정당하다. 헌법상 피의자 방어권은 수사 편의보다 상위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021년 9월 10일 오전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수사 밀행성 훼손 불가피…최선의 인권 보호는 '기각'"

일각에서는 수사 보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사전 심문을 통해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을 알고 증거인멸을 하거나 도주할 때 이를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박성남 변호사(킹덤컴 법률사무소)는 "심문기일을 정하는데 시일이 소요되고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 즉 사건 관련자를 소환하는 과정에서 증거 확보가 지연되고 수사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 수사의 신속성과 밀행성이 손상되는 것"이라며 "현재도 법원이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을 판단할 권한이 있는데, 추가로 사전적으로 영장 발부에 관한 심리를 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공익 제보자 보호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공익 신고로 드러나는 소위 화이트칼라 범죄, 고위 공직자의 부패 범죄 사건에서 제보자를 구인할 때 신분이 노출된다는 문제점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시행해야 할 만큼 피의자 인권 보장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인지 의구심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승 연구위원은 "사건관계인을 구인할 정도로 압수수색 사유가 불분명하다면 기각하면 된다. 피압수자 인권 보장이라는 거시적인 담론은 공감하지만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용현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의 경우 수사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에서 하므로 수사 정보 유출 문제가 별로 없지만 압수수색은 수사 진행 단계"라며 "피의자 측에 (수사 정보가) 노출된다면 검찰 염려처럼 수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의 공정성, 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법원이 할 일은 청구 사유가 부족할 때 기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헌법상 논리에 따라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의견 수렴을 거쳐 6월 1일부터 새 규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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