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 등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3곳의 콜센터 직고용이 2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기존 정규직과의 이견 등을 이유로 첫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3일 서울시와 각 기관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와 SH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콜센터 직원 직고용을 두고 여전히 노사전(노·사·전문가) 협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시절부터 추진된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하나로, 각 기관 콜센터 직원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하는 작업이다. 시는 2020년 고용노동부 지침에 근거해 투자출연기관 민간위탁 콜센터 노동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 그 해 12월 대상 기관인 3곳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각 기관은 노사전협의체 구성부터 절차에 돌입했으나 사실상 진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년여가 지났지만 첫 발도 제대로 떼지 못한 셈이다.
서울교통공사는 2021년 6월 노사전협의체를 구성한 뒤 회의를 단 한 차례만 진행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콜센터 고객센터 노조가 총회를 통해 해산을 의결했고, 협의는 제자리다.
SH공사 노사전협의체는 지난해 11월까지 3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정규직 전환방식, 채용방식 등을 논의했는데 의견차가 있어 4차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노사전협의체를 구성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3개 기관 모두 기존 정규직 직원과 콜센터 직원 간에 의견충돌이 일어나며 노사전협의체 구성 단계부터 마찰음이 있었다. 각 기관 노조별로 일괄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고, 시험 등 전환 절차를 두고도 이견이 있었다. 이후 2년이 지났지만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H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3차 회의에서 1노조는 공개채용 방식을 주장했고, 콜센터 노조는 그보다 쉬운 방식의 고용승계를 주장했다"며 "협의가 완료되면 그 내용대로 향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도 2020년 말 가이드라인 제시 이후에는 특별한 움직임 없이 각 기관에 절차 진행을 맡겨둔 모습이다. 각 기관이 노사전 협의를 통해 특성에 맞는 방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박유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평3)은 21일 시정질문에서 실제 사례를 들어 직고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오세훈 시장에게 시 차원의 노력을 주문했다.
박 의원은 "신용보증재단의 경우 고객에게 발송되는 안내톡을 (콜센터 직원은) 용역 직원이기 때문에 받아 볼 수 없다. 또 재단 직원은 전산을 통해 어느 계좌에 돈이 들어왔는지 볼 수 있지만, 상담하는 콜센터 직원은 정보를 볼 수 없으니 민원인들이 타박한다. 그런 전화를 하루 100통씩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시장은 (2021년 후보 시절) 이미 결정된 콜센터 직영화를 빠르게 추진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며 "시장은 공사의 업무를 관리감독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운영에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시장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직고용,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10여 년 가까이 찬반 논쟁이 있었던 주제"라며 "같은 일을 하는데 민간에 있다고 이런 변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공공부문에 있다고 기회가 더 주어진다는 불균형도 그 논쟁의 근거"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으로서) 협의체를 통해 바람직한 결론을 내려달라고 독려는 할 수 있다"며 "그런데 (다른 사례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처우가 개선됐어도 시민들의 만족도는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가 늘고 있다. 이런 충격적인 평가결과를 접하고, 정규직화가 이상적이긴 하지만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과연 바라는 바일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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