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얽힌 대장동 의혹 중 핵심으로 꼽히는 '천화동인 지분 428억 약정', 즉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된 죄명에서 빠졌다. 검찰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재구속된 김만배 전 기자의 진술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엄희준·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공여, 이해충돌방지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이 대표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 중인 성남FC 광고비 의혹 사건도 넘겨받아 구속영장 내용에 포함시켰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에게서 천화동인 1호 지분 428억원을 받기로 했다고 의심해왔다. 김 전 기자가 이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민구연구원 부원장, 유동규 전 본부장의 몫으로 배분했고, 지급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즉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은 이재명'이라는 논리다.
428억원 약정과 관련된 내용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혐의로 적용되지 않았다. 다만 김만배 전 기자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428억원 지급을 약속했다는 언급은 영장 청구서에 등장한다. 173쪽 분량의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기자가 2014년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의형제를 맺었고,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게 해달라'는 김 전 기자의 청탁을 받아들였다고 적었다. 김 전 기자는 이같은 편의를 받는 대가로 이 대표 측에 추후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봤다.
검찰은 영장청구서에서 "김만배는 유동규에게 2014년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 교부한 금품 외에도 자신의 지분 절반 정도를 제공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으며, 유동규는 정진상을 통해 이재명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만배는 2021년 1월31일 유동규에게 5억원을 지급하기도 했으며, 그 이후 김만배는 최종적으로 유동규 측에 교부할 구체적인 금액을 428억원으로 특정했다"며 "유동규는 2021년 2~3월경 428억원을 교부받을 구체적 방법을 검토해보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428억원 약정 관련 혐의가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추가 검토 및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별도로 의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약정이 입증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가 적용되며 개인 수뢰 사실이 드러난 이 대표는 도덕적 치명상을 입게된다. 뇌물을 약속받았다면 이 대표 혐의의 또다른 줄기인 4000억원대의 업무상 배임죄 입증도 손쉬워진다. 뇌물이 배임의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 입장에서 428억원 약정을 사실로 밝혀낸다면 '끝내기 홈런'을 치는 셈이다.
다만 지금까지 수사 경과를 보면 이 의혹은 대부분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고 이재명 대표가 관여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남 변호사, 유 전 본부장의 진술도 상당 부분 김만배 전 기자에 들은 내용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 전 기자는 천화동인 1호의 소유주는 자신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최근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죄 무죄 판결에서는 '정영학 녹취록' 속 발언을 김 전 기자 등에게 들은 이야기를 옮긴 '재전문 진술'이라며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대표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은 지난 17일 당 지역위원장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 "이재명은 언론보도 전까지 천화동인 1호 존재 자체를 몰랐다. 천화동인 1호는 2018억원을 배당받았는데 김만배 씨가 모두 임의 처분했다. 이재명 소유면 김만배 씨가 임의로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18일 김 전 기자가 범죄수익은닉죄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되면서 검찰은 기회를 잡았다. 김 전 기자가 남 변호사, 유 전 본부장처럼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진술 방향을 바꾼다면 검찰은 승기를 잡게 된다. 반면 김 전 기자의 진술에 변화가 없고 다른 결정적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검찰은 수사는 물론 공소유지에도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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