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조소현 인턴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노총 활동과 차별화된 노동조합이 출범한다.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지양하고 실용적 활동을 중시한다는 입장이다. 양대노총은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20일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에 따르면 오는 21일 8개 노조로 구성된 노동자협의회는 공식 발대식을 한다.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와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등으로 구성됐다. 5200여명이 가입됐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연맹이 아닌 '협의체' 형식으로, 양대노총과 다르게 상급 조직이 아니다. 다만 새로고침은 알려진 것과 달리 MZ세대(1980~2010년생) 등 특정 연령대를 주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사무직들만 가입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은 "협의회 내 나이대는 다양하다. MZ 노조, 사무직 노조라는 시선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라며 "기존 노조가 구성돼있지 않은 직군과 사업장에서 활성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직 노조와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은 유리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금호타이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기각 결정했다.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는 지난해 8월 전남지방노동위에 회사를 상대로 교섭단위분리 결정을 신청했다. 지노위와 중노위는 생산직 노조와 교섭단위를 분리하라고 판정했다. 회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가처분도 신청했으나 우선 가처분은 기각됐다.
다만 양대노총은 차별화된 노조 출범에 긍정적 입장이면서도 '정치적 목소리'를 지양하겠다는 방침은 섣부르다고 본다. 결국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임금과 고용,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을 선택했다는 측면에서 환영하지만, 활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며 "정부 정책과 부딪히지 않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관심 두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 긍정적"이라며 "다만 기존 노조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정치 투쟁을 지양한다는데 사실 노동자 문제는 경제 투쟁만으로는 풀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편견과 다소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기존 양대노총과 차별화된 노조를 놓고 다양한 지향점이 추구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현재까지 사무직을 중심으로 하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기존 노조의 투쟁 방식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노동운동에 비해 개인이 매우 중요해지면서, 과거에는 기업과 투쟁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현실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분법적 사고에 의한 활동이 완화될 것"이라고 봤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표적인 우량 기업에 다니는 분이 많은데 굳이 싸우지 않아도 적절하게 협상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며 "대우조선 하청노조 등은 그냥 이야기한다고 들어주지 않아 싸우게 된다. 우월한 지위에서 나오는 노선이나 방향과는 다르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