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이현 기자] TBS가 서울시 '지원 중단 조례' 통과를 최종 공포한 오세훈 시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의결했지만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지난달 행정소송 결정 이후 이사진이 바뀌었고, 의결을 이끈 유선영 TBS 이사장은 사임서를 제출했다.
유 이사장은 17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행정소송을 회사가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이사회는 최고 의사결정 기관으로서 권한을 부정당하는 상황"이라며 "언론탄압을 주장해왔던 이사장으로서 역할을 계속 수행하는 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3월 2일까지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지금 준비를 시작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며 "부당한 문제에 대해서 법적 보호 조치를 취하는 게 재단의 의무이고, 직접적으로 서울시와 대립각을 벌이는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1월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TBS가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에서 나와 독립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서울시의 TBS 지원을 폐지한다는 내용이다. 최종 공포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주된 이유는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것이었다. 이후 김어준 씨는 지난해 말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TBS는 내년부터 전체 예산의 70%(약 300억원)에 달하는 서울시 출연금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에 TBS이사회는 지난달 행정소송을 찬성 7, 반대 3으로 의결한 바 있다. 특정 프로그램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회사 자체를 없애버리는 건 부당한 행위라는 주장이다. 시의회의 행정행위가 권한을 넘어섰다는 취지의 법률적 판단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사회 의결은 수용되지 않고 있다. 당초 이사진 사이에서 행정소송을 놓고 이견이 있었고, 이달 임기가 끝난 이사들(이사 3명‧감사 1명)도 모두 교체됐다.
당연직을 제외한 모든 임원(대표이사 포함)은 임추위의 공모 및 추천절차를 거쳐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종 임명한다. 유선영 이사장의 사임을 포함하면 당초 이사회 절반 이상이 바뀌고, 여권 성향에 맞는 인사들이 늘어나 서울시를 향한 행정소송이 쉽지 않은 셈이다.
오 시장은 지난 7일 서울 주재 외신기자간담회에서 "TBS는 그동안 공영방송으로서는 도저히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 편파적인, 한쪽 정파에 치우친 방송이었다"며 "최근 신임 사장이 선임됐고, 앞으로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이 자제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 3일 정태익 전 SBS 라디오센터장을 TBS의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정 대표는 지난 6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문을 통해 "예산 삭감과 예산 지원 조례 폐지에 대다수의 구성원이 느꼈을 절망과 상실에 저 또한 가슴이 아프다"며 "과거가 어땠든 이제 혁신적인 변화를 일궈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다만 TBS 직능단체와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자체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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