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이재명…체포동의안 부결돼도 끝 아니다


대장동 수사 1년 5개월만에 '이재명 최고 결정권자' 결론
체포동의안 부결될 듯…나머지 수사로 재차 청구 가능성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찰이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광고비 의혹을 묶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통과는 가능성이 적어 불구속 기소 전망이 우세하지만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엄희준·강백신 부장검사)는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공여, 이해충돌방지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이 대표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 중인 성남FC 사건도 넘겨받아 구속영장 내용에 포함시켰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 수사에 착수한 지 약 1년 5개월 만에 이 대표를 최종 의사 결정권자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 재임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측근들과 공모해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 등 대장동 일당들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민간업자들이 약 7886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이 특정한 배임 혐의 금액은 4895억원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가 받을 수 있었던 적정 배당이익은 전체 개발이익의 70% 규모인 6725억원인데 이 대표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도록 결정하면서 공사가 확정이익 1830억원만 환수했다고 봤다. 6725억원에서 1830억원을 제외한 4895억원이 전체 배임 규모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신의 핵심 공약인 '제1공단 공원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민간업자에게 이익을 몰아준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광고비 의혹을 묶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남용희 기자

수사팀 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죄질과 범행이 불량하고 취득한 이익도 막대하며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며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 대표가 직접 관여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성남FC 의혹을 놓고는 제3자 뇌물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FC 구단주를 지내면서 두산건설과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프로젝트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유치하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 등의 편의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정 전 실장 등과 공모해 뇌물을 공여받은 것인데도 기부를 받은 것처럼 기부단체를 끼워 넣고, 기업들이 이 단체를 통해 성남FC에 돈을 지급하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중형 선고가 예상된다며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구속영장 청구 배경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의 접견 논란을 증거인멸 가능성의 근거로 들었다. 이 대표가 측근을 통해 인적·물적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어 구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대표의 신병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헌법상 현역 국회의원에게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되거나 구금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이 있다. 영장실질심사를 하기 위해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검찰이 법원에 구속영장 청구서를 제출하면 관할 법원 판사는 체포동의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대검찰청과 법무부, 대통령의 재가를 거친 뒤 법무부가 국회에 최종 제출한다.

이후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보고되면 국회는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국회 본회의 보고 시점은 24일이 유력하다. 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이후 최초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해야 한다.

체포동의안 표결은 재적인원 과반수 출석,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앞서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당시의 모습. /남윤호 기자

체포동의안 표결은 재적인원 과반수 출석,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가결된다면 이 대표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부결되면 영장 심사 없이 기각된다.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탄압'으로 규정하고 장외 투쟁을 벌인다는 입장이라서 체포동의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부결된 바 있다. 검찰은 이 대표를 내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체포동의안 부결 전망이 우세한데도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여론 등을 고려한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에서 기권 등 이탈표가 나온다면 수사에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전략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기더라도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428억원 약정 부분 등 이 대표의 나머지 범죄 혐의에 대해서 추가 수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영장을 다시 청구할 여지가 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정자동 호텔 특혜, 대북송금,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에 대한 다른 수사도 남아 있어 체포동의안 표결은 수차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 그는 "단 한 점의 부정행위를 한 바가 없고 부정한 돈 한 푼 취한 바가 없다. 수년간 검찰, 경찰, 감사원이 먼지 털듯 털어댔지만, 검찰에 포획된 궁박한 처지의 관련자들의 바뀐 진술, 번복된 진술 외에 어떤 범죄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며 "검사 독재정권의 헌정질서 파괴에 의연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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