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인턴기자]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전직 상임이사가 임직원에게 수억원을 받고 인사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포착한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2주 사이 경기 코이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전 상임이사 송모 씨 구속, 전 이사장까지 불러 조사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오전 손혁상 전 코이카 이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손 전 이사장에게 임원 선임 과정에서 송 씨와 금전 거래를 했는지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손 전 이사장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2일 손 전 이사장이 경희대 교수이던 지난 2020년 4월 송 씨에게 자녀 학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건네고 이사장에 선임됐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한 송 씨가 코이카 인사와 계약 등에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위원회 위원장 등을 겸직하며 임직원 22명에게 3억8500여만원을 받았다고 파악했다.
손 전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20년 12월 임명된 인물로, 의혹이 불거지자 임기를 10개월을 남긴 지난 1월16일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검찰은 지난 3일 송 씨를 체포했고, 조사 후 다음 날 뇌물 수수와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감사원은 송 씨에 수뢰 등 3개 혐의를 적용했고 뇌물 총 2억9300만원을 준 15명은 공여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손 전 이사장도 의뢰 명단에 포함됐다. 감사원은 "손 전 이사장이 이사장이 되기 전 송 씨에게 돈을 빌려준 건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며 "송 씨가 이사장 선발 서류·면접심사에서 임원추천위원회의 외부 심사를 통해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손 이사장에게 높은 점수를 주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 감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우선 감사원은 500만원 이하 금액을 준 7명 수사 참고자료만 보냈다. 코이카는 지난해 12월 입장문을 통해 "감사원이 제기한 상당수 사례가 송 씨가 개별적으로 호소한 경제적 어려움(급여 압류, 신용 불량)에 도움움 취지로 행한 대차 행위(돈을 빌려준 것)로 확인됐다"며 "송 씨와 사기 관련 민형사 소송을 진행했고 민사는 모두 승소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대차 행위'라는 해명을 놓고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정구승 일로 청량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돈을 빌려줬을 뿐'이란 변명은 너무 판에 박힌 변명"이라며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가 친분 때문에 돈을 빌려줘 무죄라는 것이다. 빌려준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은행권에서 빌려준 것이 아니라면 이는 금융이익에 해당한다. 무이자 자체가 수뢰 관계를 인정하는 셈"이라고 봤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변호사는 "백이면 백 빌려줬다고 주장한다. 이자를 주고받지 않았거나 독촉한 흔적이 없다면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며 "차용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뒤늦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대가성을 입증할 땐 전반적인 정황을 본다. 민사소송 역시 원고가 주장하고 피고가 다투지 않으면 승소하므로 코이카의 해명이 형사적인 쟁점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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