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과거사 사건 피해자가 민주화 보상금을 받았다면 재판상 화해로 간주한다는 법조항의 위헌 결정은 이전 판결에 소급효를 가진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군사정권 시절 전국민주노동자연맹(전민노련) 사건 피해자인 A,B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B씨는 1981년 8월 전민노련에 가입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영장없이 연행됐다. 불법 구금 상태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뒤 기소돼 각각 징역 2년6개월,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만기출소 뒤인 2005년 8월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돼 재심을 청구한 결과 무죄가 확정되자 2015년 5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06년 4월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지급받아 민주화보상법상 '재판상 화해'로 간주된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받았다.
두사람은 2018년 9월 헌법재판소가 '재판상 화해'를 규정한 민주화보상법 조항을 위헌 결정하자 다시 국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2심은 각각 청구 기각, 각하 판결을 내렸다. 원고들이 새로운 사실을 보완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고 위헌 결정 전 각하 판결의 효력은 다툴 수 없다고 봤다.
이와 달리 대법원은 헌재의 위헌 결정은 이전 판결에 기판력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재판상 화해를 규정한 법조항이 효력을 잃었기 때문에 소송을 각하한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고가 사실자료를 보완할 필요도 없다고 봤다. 법적 안정성을 위해 위헌 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할 이유도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육군 하사 출신 A씨는 1976년 3월 유신 정권을 비판한 김지하 시인의 '오적'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영장없이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가혹행위를 당한 뒤 징역 1년이 확정됐다. A씨 역시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돼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민주화보상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받은 뒤 헌재 위헌 결정으로 다시 청구한 소송에서 1,2심에서는 사실상 패소한 바 있다. 대법원은 A씨의 청구를 각하한 원심을 전민노련 사건과 마찬가지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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