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견 안 보여"…대중교통 요금 공청회서 지적


서울시, 기본요금 300·400원 인상안 제시
"어디에도 시민 의견조사 결과 없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합리적 수준 궁금해"

서울 대중교통 요금인상 공청회에서 시가 조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이 잇따라 나왔다. 10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공청회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서울 대중교통 요금인상 공청회에서 시가 조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이 잇따라 나왔다.

시는 운송 적자 개선과 노후 차량 및 시설 정비를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10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1청사에서 열린 대중교통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공청회에서 "사실 좀 아쉽다. 시와 서울연구원 발표 어디에도 시민 의견조사 결과가 없다"며 "공청회 전에 이메일 등을 통해 의견을 받은 게 있을텐데 그걸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공청회를 통해 무슨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번 공청회는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견수렴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시와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교수, 업계 대표, 시민단체 등 각 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시는 토론에 앞서 그간 검토를 통해 마련한 조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중 시민 의견을 수렴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지역개발경영학과 교수도 "요금현실화율을 어떻게 설정할지 시민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데 발제 자료에는 시민 의견이 나타나 있지 않다"며 "합리적 수준의 인상에 대해 공감하는 시민들도 있을텐데, 합리적 수준이 얼마인지 저도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상임위원장은 "시는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다"며 "이 공청회가 이해당사자 소통 없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요식적인 공청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소비자 의견이 반영돼 요금이 결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2년 11월 30일 오전 서울역 지하철 1호선 승강장이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남용희 기자

지하철, 버스의 운송적자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수요 회복 대신 요금 인상에만 집중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승객이 감소하면서 운송수입이 줄어들면서 적자폭이 늘어나긴 했으나 이후 수요 회복을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미화 위원장은 "시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세계 최고라고 자평했다. 이런 인프라를 갖고 있으면 대중교통 수요 감소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며 "버스도 서울교통공사도 적자라고 하는데 왜 세계적으로 최고인 인프라를 활용할 아이디어나 정책 개발을 하지 않는지, 왜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코로나19 같은 부분만 얘기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상철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수요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감소 추세를 자연적인 추세로 받아들일지는 시의 의지 문제"라며 "모든 나라가 회복을 얘기할 때 시는 뭘 했나. 어떻게 회복할지 (고민하는) 정책방향이 그동안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시는 평균운임과 운송원가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감소로 운영기관의 적자가 누적돼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창석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지난 3년 간 전대미문의 코로나 상황을 겪었다"며 "이용객이 2019년과 비교해 77%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8년 간 요금을 동결하면서 운송적자가 증가해 재정지원 압박이 커졌다"며 "무임수송 등 공익서비스 비용은 증가하는데 국비지원은 전혀 없다. 노후시설 및 차량 교체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8일 서울 중구 서울역버스환승센터 모습. /뉴시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승객 1인당 수송원가는 2100원인데 평균운임은 1189원이고, 이에 따른 운송적자는 911원으로 요금현실화율이 56.6%에 불과하다. 버스도 63.5% 수준이다.

이에 시는 시내버스와 지하철의 기본요금을 300·400원 인상하는 두 가지 안을 마련했다. 광역버스는 700원, 심야버스는 350원, 마을버스는 300원 올리는 한편 지하철은 10㎞부터 부과되는 추가요금을 5㎞당 100원에서 150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기본요금을 300원 인상할 경우 지하철의 2023~2025년 평균 운송적자 전망치는 1조2146억 원에서 8984억 원으로 3162억 원 줄어들고, 버스는 7239억 원에서 4758억 원으로 2481억 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400원을 인상하면 지하철 운송적자는 4217억 원, 버스는 3308억 원 감소할 전망이다.

고준호 교수는 "이번에 또는 앞으로도 요금인상이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의 짐을 다음 세대로 넘기는 꼴이기 때문에 지금 좀 아프더라도 감당해야 한다"며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금을 인상하면 인상된 부분을 어떻게 다시 시민에게 돌려줄지 고민해야 한다"며 "요금 인상으로 늘어난 수입이 확실하게 서비스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약속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 시작 직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5명이 단상에 올라 피켓 시위를 하며 요금인상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이 이들을 끌어내리려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있었고, 일부 업계 인사 등과 시비가 붙으면서 욕설,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도 벌어졌다. 결국 공청회는 10여 분 가량 늦게 시작됐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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