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적 죽이기에 칼춤을 춘다. 검사독재정권에 결연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대통령 선거 패배의 업보로 생각하고 이겨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10일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 도착했다. 이 대표는 차를 타고 홀로 중앙지검 청사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색 코트 차림의 이 대표는 준비한 A4 용지를 꺼내 들고 입장문을 읽었다. 그는 "참으로 비참하고 참담하다. 이게 나라냐는 의문이 든다"며 "이재명 죽이자고 없는 죄 만들 시간에 전세사기범부터 잡고, 벼랑 끝에 내몰린 민생을 구하는 데 힘을 쏟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권력은 오직 국민만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국민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 국가의 사명이다. 우리 경제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대체 무엇을 하냐"며 "민생에 무심한 정권이 정치검찰을 총동원해서 정적 죽이기, 전 정권 지우기 칼춤을 추는 동안에 국민들의 곡소리가 늘어난다. 공정한 수사로 질서를 유지해야 할 공권력이 대체 뭘 하는 중이냐"고 물었다.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1심 뇌물죄 무죄 판결을 언급하면서 '유검무죄 무검유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냐. 이재명을 잡겠다고 쏟는 수사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50억 클럽 수사에 썼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고관대작 아들인 사회 초년생이 퇴직금으로 50억을 챙기는 게 윤석열 정권이 말하는 공정인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하고, 조작 수사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벌써 세 번째다. 성남FC 사건은 뚜렷한 물증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조사에서는 검찰에 조종되는 궁박한 이들의 번복된 진술 말고 증거 하나 찾아낸 게 있는가"라며 "김성태 전 회장만 송환되면 이재명은 끝날 것이라면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부풀리더니 김 전 회장이 구속됐는데 의혹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공평무사해야 할 수사권을 악용해서 온갖 억지 의혹을 조작하더니 이제는 해묵은 북풍몰이 조작을 시도한다"고 지적했다.
힘들고 수치스럽다 심경을 토로하면서도 대선 패자로서 검찰 수사를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대표는 "사실 많이 억울하고, 많이 힘들고, 괴롭다. 포토라인 플래시가 작렬하는 공개 소환은 회술레 같은 수치"라며 "하지만 제 부족함 때문에 권력의 하수인이던 검찰이 이제 권력 그 자체가 됐다. 승자가 발길질하고 짓밟으니 패자로서 감수할 수밖에 없다. 제 업보로 알고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 삶은 하루하루 망가지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겠다. 권력이 없으면 없는 죄도 만들고, 있으면 있는 죄도 덮는 유권무죄 무권유죄 검사독재정권에 결연히 맞서겠다"며 "거짓의 화살을 피하지 않고 진실의 방패를 굳건히 믿겠다. 윤석열 정부가 손 놓는 민생을 챙기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시장의 승인 없이 대장동 사업자 선정이 불가능한 것 아니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진술서로 이미 충분한 사실을 밝혔다.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조작하는 정권의 하수인이 돼 없는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은 하늘이 알고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제가 하는 모든 진술은 검찰의 조작과 창작의 재료가 될 것이다. 창작 소재로 만들기 위해 하는 질문에는 진술서로 대신하겠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엄희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배임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지난달 28일 1차 조사 이후 13일 만이다.
검찰은 민간업자들이 대장동·위례 개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를 받아 수익을 챙기고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대표가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 결정권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구조를 초과이익 환수가 아닌 확정이익으로 해 성남시에 손해를 끼치고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줬다고도 본다. 자신의 대장동 수익 절반을 주겠다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의 제안을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측근을 통해 보고받고 승인했다고도 의심 중이다.
이날 검찰이 준비한 질문지는 A4용지 200페이지 분량으로 조사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중앙지검은 최근 백현동 개발사업과 판교 호텔 특혜 사건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번 조사는 대장동·위례 사건에 대해서만 진행된다.
수사팀은 이 대표가 정 전 실장에게 의혹과 관련된 내용을 보고받고 지시 또는 승인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김 전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번 조사에서도 서면진술서로 답변을 대신다. 검찰은 이 대표의 답변 태도 등에 따라 추가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저희로서는 요구한 시간에 이 대표가 출석해서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해준다면 가급적으로 이번 조사에서 모든 사안을 확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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