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출동 경찰관, 영장·동의없는 가택수색은 인권침해


인권위, 경찰청장에 권고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영장 없이 가택을 수색할 경우 주인 동의가 없으면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영장 없이 가택을 수색할 경우 주인 동의가 없으면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2일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영장 없이 주거지 내부를 확인하는 경우 거주자의 명확한 동의를 받은 뒤 사실을 증빙하도록 절차를 정비하라고 경찰청장에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A경찰서장에게는 수색행위 관련 직무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A경찰서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지난해 5월8일 새벽 보복소음 신고받아 B씨 주거지를 방문해 동의 없이 수색을 벌였다. B씨는 소음을 내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경찰관이 "떳떳하시면 집을 확인하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B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출동 경찰관들은 B씨 주거지가 보복소음 진원지로 유력하다고 판단해 현장 확인 목적으로 동의를 받아 가택수색을 했고,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범죄 예방·제지 또는 위험 방지를 위한 출입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위해 수준이나 긴급성 등을 고려할 때 수색행위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근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씨의 명확한 동의가 전제돼야 하나, 입증할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봤다.

인권위는 "주거지에서 발생한 갈등이 확산한 점을 고려하면, 강제 현장출입 필요성이 있을 경우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사안의 위급성과 위해 수준 등 요건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라며 "규정 적용이 어렵다면, 거주자 동의를 증명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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