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숙원 복수직급제 뚜껑 열어보니…'줄세우기 수단' 논란


'경찰국 반대' 총경회의 참석자 대거 좌천
조직 분위기 흔들고 승진 목메는 문화 우려

지난해12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기관보고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하병필 기획조정실장과 쪽지 담화를 나누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에 반대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 참석자가 최근 인사에서 줄줄이 좌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인사는 복수직급제 도입 이후 첫인사지만, 사실상 징계라는 비판도 나온다. 제도 본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19일 총경급을 대상을 복수직급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승진 소요 최저근무연수를 단축해 우수한 경찰이라면 고위직으로 승진할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반 출신 고위직 확대도 강조했다.

복수직급제는 그간 인사 적체로 총경 직위를 늘리자는 목적으로 오랜 기간 논의돼왔다. 다만 예산 문제와 조직 기강 훼손 우려로 이견도 많았다. 행안부 등은 본청과 시·도청 주요부서, 본청과 서울·부산·경기남부청 상황팀장, 경찰대학 등 4개 소속기관 주요 직위에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 2일 단행된 총경 457명 인사에서 총경 승진자보다는 경찰국을 반대한 인사들이 대거 경정급 직위로 가거나, 6개월 단기 인사 발령돼 '보복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복수직급제로 인사가 '징계'처럼 활용됐다는 비판이다.

총경 회의를 주도해 정직 3개월 중징계 처분을 받은 류삼영 총경은 지난 6일 오후 회의 현장 참석자 54명 중 인사 대상자 47명에 문책성 인사가 단행됐다고 주장했다. 28명이 경정급 보직에 발령됐고, 12명은 희망하지 않는데도 6개월 만에 인사 발령이 이뤄졌다고 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6일 오전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보복 인사 논란을 놓고 공직관과 책임 의식, 대내외 다양한 평가, 소위 세평 등을 오랜 기간 종합해 심사숙고한 끝에 내놓은 결과라고 말했다. /박헌우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같은 날 오전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공직관과 책임 의식, 대내외 다양한 평가, 소위 세평 등을 오랜 기간 종합해 심사숙고한 끝에 내놓은 결과"라며 "기존 인사 룰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복수직급제가 보복 인사로 활용됐다는 비판과 함께 조직 분위기도 흔들렸다는 의견도 있다. 원칙적으로는 총경 승진자 등으로 하고 보직 중요성에 따라 필요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데, 근무연수 등 고려 없이 총경 회의 참석자를 대거 포함해, 조직 분위기를 흔들었다는 것이다.

승진 소요 최저근무연수 단축도 향후 갈등의 불씨로 꼽힌다. 행안부와 경찰청은 순경에서 경무관까지 최저근무연수를 16년에서 11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경사에서 경위, 경위에서 경감은 1년이면 진급할 수 있다.

현장에서 직무수행에 매진하기보다는 승진시험에 집중해 '경찰의 학원화' 우려까지 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입직 경로별로 갈라치기하고, 특정 출신이 아니면 승진시험만 잘 치면 승진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라며 "결국 '줄 세우기'의 일환"이라고 봤다.

향후 인사도 비슷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김 교수는 "복수직급제 본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인사 보복으로 활용했다"라며 "인사를 징계처럼 활용하는 건데 다음 인사도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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