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분향소 일촉즉발…다시 불거진 '광장 갈등'


서울시 2차 계고장 전달…8일 오후 1시 기한
2019·2020년에도 행정대집행 전례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분향소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서울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서울시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서울광장 분향소를 두고 맞서면서 다시 한 번 광장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시가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차후 강제철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설치한 서울광장 분향소를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고 자진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는 이태원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녹사평역 분향소에서 출발해 세종대로로 추모 행진을 진행하던 중 기습적으로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에 시는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겠다는 계고장을 전달했다.

유가족들은 이 예고시한까지 자진철거에 응하지 않았지만 시가 바로 강제철거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최근 판례에 따라 2회 이상 계고한 뒤에도 철거하지 않으면 대집행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전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유가족 측이) 기습적으로 설치한 분향소는 규정상 불법설치물"이라며 "판례를 보면 계고를 2회 이상 한 뒤 행정대집행을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오후에 2차 계고장을 보냈다. 8일 오후 1시까지 자진철거하라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오신환 정무부시장은 "시는 법 집행기관으로서 단호한 원칙이 있다. 어떤 명분으로도 사전 통보 조차 없이 불법, 무단, 기습적으로 설치된 시설물에 대해서는 사후 허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원칙"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서울광장 사용을 원하면 광장사용신고서를 제출하고,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에 따른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시장은 광장의 무단점유 등으로 광장 사용 또는 시민의 자유로운 통행에 방해되는 경우 시설물 철거를 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고,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시설물을 철거하고 비용을 징수할 수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에 영정을 놓고 있다. /임영무 기자

최근 몇 년 사이에도 비슷한 이유로 행정대집행이 시행된 사례들이 있다. 대치가 이어질 경우 강제철거와 그에 따른 물리적 충돌 우려를 지울 수 없는 배경이다.

2019년 5월 우리공화당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숨진 사람들을 추모한다는 명분으로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설치했다. 이에 시는 자진철거 요청 1회, 행정대집행 계고장 3회 등 조치를 취한 뒤 47일 만에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이후 우리공화당은 장소를 바꿔 다시 천막을 설치했고, 시는 계고장을 2차례 보낸 뒤 재차 강제철거를 시행했다.

2020년 2월 13일에는 종로구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청와대 인근에 설치한 천막을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철거했다. 이어 2월 27일에는 시와 종로구가 함께 세종대로에 설치된 불법 집회천막 7개 동을 철거했다. 이 때도 각각 5차례, 2차례 계고장을 보낸 뒤였다.

유가족 측은 자진철거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날 오후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들과 시민들의 추모를 탄압하는 서울시의 시민분향소 철거 시도를 규탄한다"며 △분향소 철거 시도 즉각 중단 △분향소 설치와 운영 협조 △차벽과 펜스 철거·1인 시위 보장 등을 촉구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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