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고 사후 당사자에 통지하지 않은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2조 제3항 개정 시 수사기관 통신자료 요청 때 법원 허가를 받도록 하고, 이용자에 통지 의무를 부과하는 등 법 개정을 추진하라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개정 전이라도 수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고 적절한 통제 절차를 갖도록 매뉴얼이나 지침 등을 제·개정하라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과 검찰총장, 경찰청장에 권고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전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은 지난 2021년 12월22일 공수처가 전기통신사업법을 근거로 영장 없이 특정인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것은 영장주의에 반하고, 헌법상 기본권을 명백히 침해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아울러 서울남부지검과 서울 서초경찰서 등도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조회하면서 통지하지 않고, 특정 기자와 그 가족 등을 대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와 검찰·경찰 관계자는 내사·수사상 필요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라 전기통신사업자에 문서로서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해 확보한 것이고, 임의수사일 뿐만 아니라 전기통신법상 사후 통지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국민 개인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정보 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수사기관은 수사를 위해 개인 정보 파악·수집하는 과정에서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고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검사와 수사관 개인 잘못이라기보다는 해당 조항에 따른 것으로, 법률 개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청구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수사 초기 통신자료 제공 필요성은 인정되나, 사후 통지 절차를 두지 않은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판단이다. 21대 국회에는 관련 개정안이 계류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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