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장 공개 모집에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57·사법연수원 27기)와 전직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2명 등 총 3명이 지원했다. 검사 출신 국수본부장을 놓고 견제와 균형이라는 검경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난 16일 마감된 2대 국수본부장 공모 결과 정 변호사와 장경석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59·경찰대 2기), 최인석 전 강원 화천경찰서장(48·사법연수원 35기·경정 특채) 등 3명이 지원했다.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정 변호사는 199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1년 검사로 전직했다. 2014년 인천지검 특수부장으로 일하는 등 법조계에서는 '특수통'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 시절인 2011년에는 대검 부대변인으로,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인권감독관으로 같은 청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2020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인천지검 근무 당시인 2014년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총괄한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특별수사팀에서 일하고, 2017년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 부공보관을 맡았다. 같은 해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됐으며, 지난해 대장동 사건 김만배 씨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장 전 부장은 대전청 2부장, 서울청 수사부장 등으로 일하며 경찰 내 '수사통'으로 꼽힌다. 경무관으로 퇴직한 뒤 법무법인 태신 경찰수사대응팀 전문위원으로 일했다. 총경으로 퇴직한 최 전 서장은 오랜 기간 '수사 분야'에 일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에 파견되기도 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정 변호사가 차기 국수본부장으로 유력하다는 전망이 다수다. 우선 경찰 조직 서열 2위 치안정감이자 수사경찰사무 총괄인 국수본부장에 경무관·총경급 퇴직자가 지원하는 것은 격에 맞지않는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상으로도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직에 10년 이상 있었던 사람 등 외부 인사를 국수본부장에 임용할 수 있는 만큼, 내부 반발이 있더라도 정 변호사 임용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검사 출신 국수본부장이 가져올 수사 역량 강화에 대한 기대도 크다. 그러나 또 하나의 검찰청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맞선다. 기획수사 역량이 강화되고 검찰과 소통은 원활할 수 있겠지만, 수사권 조정 목적인 견제와 균형 관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뜻이다.
'경찰의 검찰화'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발탁 인사'가 존재하기는 했으나, 경찰국 설치 등으로 '물갈이 인사'가 이어지며 '검찰식 인사'라는 말이 많았다. 국수본부장도 검사 출신이 되면 '설상가상'인 셈이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치안감 출신이 지원할 수 있었는데도 지원 자체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이유도 가능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외부 인사의 조직 개혁은 긍정적일 수 있으나, 현 단계에서 검사 출신 임용으로 검경의 견제와 균형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봤다.
경찰청은 이달 안에 서류심사와 신체검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종합심사를 벌인다. 이후 경찰청장 추천과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남구준 본부장 사례처럼 경찰청장이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해 다른 후보자를 추천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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