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이어 '최강한파'…잠 못 이루는 구룡마을 이재민들


불안한 마음에 마을 지키는 이재민들
소방당국, 화재 원인 '전기 문제' 추정

25일 오후 <더팩트>가 구룡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을은 화재 현장 정리가 덜 돼 있었다. /조소현 인턴기자

[더팩트ㅣ조소현 인턴기자] 서울 기온이 최저 영하 17도, 체감 온도는 영하 25도까지 떨어진 25일 오후. 강남구 구룡마을에 사는 박모(76) 씨는 목도리와 장갑, 귀마개 차림으로 수레에 연탄을 담고 있었다.

박 씨는 "11월부터 4월까지 (연탄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1400장에서 1500장까지 사용한다"며 "하루에 보통 18장은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신 "힘들다"를 반복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연탄을 옮겼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0일 구룡마을에는 큰 불이 났다. 이날 화재로 주택 60채가 소실되고 이재민 62명이 발생했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구룡마을은 화재 현장 정리가 덜 돼 있었다. 4지구의 집들은 여전히 검게 그을려 있었고 연탄과 가전제품 등도 널브러져 있었다.

소방당국이 화재 현장 1차 감식을 벌인 결과 전기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전 6시28분쯤 전기 장치 인근에서 시작된 불이 '떡솜'이라 불리는 단열재와 비닐 등을 타고 급격히 번졌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인근 주민들도 비슷하게 추정한다. 잔불 정리를 돕고 있던 김모(70) 씨는 '전기 누전'을 구룡마을에 화재가 잦은 원인으로 꼽았다. 김 씨는 "내선이 노후해 중간중간에 하자가 생긴다"며 "선들이 오래돼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전기가 튄다"고 전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사용한 전기 장치 등이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구룡마을 주민이 추위를 견디기 위한 다른 방법은 연탄난로다. 구룡마을에 40년을 살았다는 강모 씨는 "마을 주민 대부분이 연탄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에 나이 든 사람이 많이 사는데, 거동하기 힘든 사람들은 (연탄을) 가는 게 힘들다"며 "힘이 없다 보니 연탄을 갈다가 연탄재 불씨가 스티로폼 등에 옮겨붙어 불이 나는 경우도 잦다"고 덧붙였다.

이날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구룡마을 이재민들 열댓 명은 '구룡마을 화재민 비상대책 본부'에 모여 있었다. 이들은 힘든 와중에도 서로 빵과 과일을 나눠 먹으며 마을을 지켰다.

이재민 A(69) 씨는 "호텔을 마련해줬지만 다들 집이 신경 쓰여 모여 있다"며 "다른 곳에 가서 자면 잠이 잘 안 온다. 사람들과 집을 지키고 있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재민 60여명은 강남구가 제공한 호텔 4곳에 흩어져 지내고 있다. 이들은 오는 26일 이후에는 보금자리 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위례·송파신도시 임대주택에 머물 예정이다.

sohyun@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