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이현 기자]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관계 기관의 '과실'이 이태원 참사 원인이라고 결론내렸다. 사전 안전대책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사 당시 부정확한 판단, 전파 지연, 협조 부실 등이 중첩돼 인명피해가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태원 사고 특수본(손제한 본부장·경무관)은 13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2일 501명 규모로 출범해 수사를 진행한 지 73일 만이다.
우선 특수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토대로 참사가 발생한 골목의 최소폭이 3.199m로 좁은 데다, 경사진 구조가 사고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 발생 과정을 보면,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난해 10월29일 오후 6시34분쯤 사고 골목은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운집했다. 사고 발생시각인 10시15분에서 1시간여 전인 9시부터 자의가 아닌 상태로 인파가 떠밀려내려오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이후 밤 10시15분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졌고, 뒤편에서 떠밀려오던 사람들도 순차적으로 전도됐다. 이때 10m 걸쳐 끼임이 발생했고, 그 압력으로 158명이 사망했다.
사인은 '압착성 질식사', '뇌부종(저산소성 뇌손상)' 등이다. 국과수의 밀도 추정 감정서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피해자들은 약 224~560kg 정도의 힘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수본은 사고 전후 각 기관별 법령‧매뉴얼에 따른 사전예방 대책이 없었고, 현장 통제와 구조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은 인파 운집을 예상했음에도 안전사고의 위험 방지에 관한 적절한 대책을 사전에 수립하지 않았고, 용산소방서는 안전사고 대비 계획을 수립했지만 재난 징후 확인 및 취약지 점검이 소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이태원역장은 핼러윈데이 특별수송계획에 '이태원역 인접도로 보행안전 확보', '무정차' 등을 포함시키지 않고, 용산서로부터 무정차 요청을 받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후 대처도 미흡했다. 서울청과 용산서는 현장 지휘와 상황관리 부재 등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용산구청은 유관기관 상황 전파 지연, 경보 발령 등 응급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소방서는 피해 상황을 오판해 구조 인력 투입을 지체했고, 적절한 대응단계(3단계) 미발령으로 구조·이송을 지연했다고 특수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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