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159명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치안정감) 등을 검찰에 넘기며 73일 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태원 사고 특수본(손제한 본부장·경무관)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6명을 구속 송치하고, 김 서울청장 등 1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다음 날 서울청 수사본부가 꾸려졌고,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경찰청에서 독립된 특수본이 11월2일 편성됐다. 손 경무관을 본부장으로 514명 규모로 꾸려졌으며, 121명의 실제 수사 인력이 동원됐다.
10월31일 과학수사요원을 동원해 소지품을 확인하고 지문채취 등을 통해 사망자 전원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후 유족의 요청을 받아 외국인 1명을 포함한 3명의 부검을 진행해 '압착성 질식사' 또는 '기도 폐색 질식사' 결과를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2차례 합동 현장 감식을 벌여 단위면적(㎡) 당 인파 밀집도를 확인했다. 국내외 유사사례와 이번 사고를 비교·분석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에 자문 의뢰해 분석하기도 했다.
11월2일 용산구청 등 8개소와 지난 11월 8~9일 경찰청 등 23개소, 11월 17~18일 서울시청 등 22개소 압수수색, 11월 25~26일 소방청 등 8개소를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전자정보 저장매체 포렌식을 통해 11만808점을 추가로 확인했다.
특수본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서울교통공사 등 재난안전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사전 안전관리 조치와 사후 구조 과정 주의의무 위반 등 혐의가 있는 경찰과 구청, 소방, 공사와 해밀턴호텔과 인근 주점 포레스트 관계자 등 24명을 입건했다.
특수본은 핼러윈데이 사고를 대비한다는 공동의 목표와 의사 연락이 존재했는데도 각 기관이 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중첩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해 '과실의 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했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건을 참고하기도 했다.
특수본은 핼러윈 기간 인파 우려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장(경정)을 구속 송치했다. 직원은 불구속 송치했으며, 계장은 숨진 채 발견돼 공소권없음으로 매듭지었다.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 발생을 예상했는데도 조치를 소홀히 하고 신고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이 전 서장을 구속 송치했다. 현장 도착시간 등을 허위로 적은 상황보고서를 작성해 전파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동행사)도 있다.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에 적절히 대응을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구속 송치했다. 박 구청장은 안전관리 계획수립과 재난 대응 조직 구성 훈련 등 사고 예방 조치에 소홀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최원준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사고 사실을 보고받았는데도 재난 사태 수습에 필요한 조치를 의식적으로 방임한 혐의(직무유기) 혐의가 함께 적용돼 구속 상태로 검찰 수사를 받게됐다.
다만 특수본은 김 서울청장 등 경찰 피의자 8명과 유승재 용산구 부구청장 등 구청 3명,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소방 2명, 송은영 이태원역장 등 공사 2명, 이모 해밀톤 관광 대표이사 등 2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윗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경찰청,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종결할 예정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놓고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예견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이 없는 등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참사를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정황이 확인되지 않고, 용산구청 과실에 구체적 감독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치안총감)은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는 담당 사무가 아니고, 서울청장이 자치경찰위 지휘·감독을 받아 관장하도록 규정됐다고 봤다.
서울시 자치경찰위는 법령상 지휘감독권이 있으나 서울청 보고가 있으면 심의·의결하는 구조인데다 이태원 핼러윈 대비계획이 적시에 보고가 이뤄지지 않아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특수본은 소방노조가 이 장관 등을 고발한 사건을 포함한 고발 8건과 진정 21건을 불송치(각하)하거나 입건 전 조사(내사)종결할 예정이다. 아울러 토끼머리띠나 각시탈 착용자 등 의혹은 연관성이 없다고 보고 입건 전 조사종결했다.
특수본은 소방청 중앙긴급구조통제단(중통단) 운영 허위공문서 작성 의혹은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에 해밀톤호텔 일가 업무상횡령 의혹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 넘기고 단계적으로 해산될 예정이다.
112신고에도 비출동 상담 종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태원파출소 소속 직원 2명은 징계 등 조치가 이뤄지도록 통보할 예정이다. 이밖에 서울시 2명과 구청 7명, 소방 4명 등도 직무상 비위를 확인하고 해당 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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