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장기 미제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무죄 취지 파기환송


제보 내용 신빙성 인정 안해

 제주 지역 장기미제 변호사 피살 사건 피의자 A씨가 2021년 8월27일 오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제주 지역 장기미제 변호사 피살 사건 피의자 A씨가 2021년 8월27일 오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20여년 장기 미제 상태였다가 재판에 넘겨진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피고인에게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2일 현직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검사 출신 변호사였던 B씨는 1999년 11월 5일 제주도 자신의 차량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채 발견됐으나 수사기관이 단서를 찾지못해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다.

A씨가 2019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이 사건을 제보하면서 진실규명에 급물살을 탔다. A씨는 이 사건은 당시 제주도 조폭 '유탁파' 두목에게 지시를 받고 자신의 친구 C씨와 공모해 실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혼내주려고 했을 뿐인데 현장에 혼자 간 C씨가 실수로 살해했다는 게 제보 내용이었다. 유탁파 두목과 C씨는 모두 사망한 상태에서 A씨는 '그것이 알고싶다' 측의 수사의뢰로 살인죄 공범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A씨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생각하고 제보했지만 시효가 정지되는 해외 체류기간을 고려하지 못 했다.

이 재판의 쟁점은 A씨 제보 내용의 신빙성이었다.

1심은 A씨에게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모든 혐의를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A씨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는 등 신빙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A씨의 진술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여럿 드러났다. 애초 범행을 지시했다는 조폭 두목은 당시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A씨는 이후에도 지시한 인물이 누구인지 정확히 진술하지 못했다. 직접 범행을 저지른 C씨가 서울에서 도피생활을 했다고 진술했으나 그 기간 중 제주도에서 형사사건에 연루된 사실도 발견됐다. A씨와 C씨가 범행을 어떻게 공모하고 준비했는지도 객관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지시를 받으며 수수했다는 현금 3000만원의 행방도 묘연했다.

A씨는 C씨가 이 범행의 죄책감 때문에 2014년 8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유서 등에서 그같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 진술 외에 C씨가 범행을 했다는 객관적 증거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직접적 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살인 고의와 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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