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출범 74일 만에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활동을 마무리한다. 과실 공동정범 법리로 주요 피의자를 구속했으나, 윗선 수사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검찰의 보강수사를 놓고 관심이 쏠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태원 사고 특수본은 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활동을 마무리한다. 지난해 10월29일 참사 발생 직후 꾸려진 서울경찰청 수사본부가 11월1일 손제한 경무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500여명 규모 특수본으로 출범한 지 74일 만이다.
앞서 특수본은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서울서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김광호 서울청장(치안정감)과 상황관리관 류미진 총경,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긴다.
특수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고발 사건은 불송치 결정할 예정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이 장관을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한 건을 놓고 지난달 28일 수사불개시를 결정한 뒤 특수본에 회신했다.
과실 공동정범 법리를 구성한 특수본은 이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상 예견 가능성과 결과 발생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기초자치단체인 용산구에 행사 안전관리 1차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참사 당일 충북 제천에서 음주한 사실이 알려진 윤희근 경찰청장(치안총감) 역시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 예정이다. 특수본은 지난해 11월17일 행안부와 서울시 등을 압수수색하며 장관과 시장 집무실은 건드리지 않았다. 또한 이 장관과 윤 청장 소환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상위 기관으로 갈수록 혐의를 입증하기 까다롭기는 하지만 장관과 시장, 청장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아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하며 보강수사를 본격화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0·11일 경찰청 등 10곳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특수본이 피의자는 대부분 송치하기는 했으나, 일부 피의자를 아직 넘기지 않았고 종료를 선언하지 않았는데도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수본이 출범 직후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주요 장소를 검찰이 다시 영장 집행하면서, 사실상 원점에서 하나씩 들여다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보강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점이 드러나면, 첫 단독 대형참사 1차 수사를 벌인 경찰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보강수사는 김광호 서울청장 사건을 넘겨받은 뒤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은 구속기간을 연장하기는 했으나, 설 명절 전에는 재판에 넘겨야 한다. 불구속 피의자인 김 청장 등 사건을 통해 본격적인 보강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직 특수본에서 넘겨받지 않았지만, 김 서울청장에 주요 과실이 있다고 의심한다. <더팩트>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박 전 부장 등 공소장에 따르면, 김 서울청장은 참사 전 핼러윈 기간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서울청장은 그간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와 관련해 위험성이 제기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17일 화상회의에서 서울 산하 경찰서장들에 이태원과 홍대, 강남 등을 중심으로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되므로 촘촘한 사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김 서울청장 사건을 교두보로 삼아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검찰이 깐깐한 법리검토 끝에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구속영장을 반려한 상황에서, 윗선까지 칼끝이 향할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1일 오전 특수본 사무실이 있는 서울청 마포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관이나 경찰청장, 서울시장이 사전에 안전사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았다. 조사 한 번 부르지도 않고 종결한다는 건 꼬리자르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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