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한 '경찰만능주의' 극복을 놓고 경찰 안팎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업무 부담을 느끼는 지구대·파출소 등 최일선 목소리를 대변했다는 호평과, 인기영합적 발언보다 자치경찰제 정비가 시급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윤 청장은 지난해 8월 취임사와 연말 신년사를 통해 경찰만능주의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윤 청장이 언급한 경찰만능주의는 타 기관 업무까지 경찰이 처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정신질환자 입원 등 행정기관 업무까지 오롯이 도맡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상 경찰의 임무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범죄를 예방·진압 및 수사하며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주취자나 정신질환자도 '질서유지'를 위해 현장에 출동해 조치해왔다.
그러나 지구대나 파출소 등 최일선에서는 업무가 몰려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정신질환자 등을 놓고 경찰과 소방, 지방자치단체, 병원 등이 협력하는 치료관리시스템이 미비해 경찰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간부급 경찰관은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수사해야 하지만,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단지 쓰러져있는 경우 병원을 찾으려고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구청 등 관련 부서에서도 책임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해 일부 시도청에서 운영하던 응급입원 현장지원팀을 전국으로 확대 운영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울시와 정신응급 합동 대응센터를 운영해 강제 입원 건수를 줄인 바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113건은 10월 86건, 11월 84건으로 줄었다.
구체적으로 일선에서는 정신질환자처럼 업무가 중첩되는 경우 경찰과 각 기관의 책임을 법률적으로 명확하게 해달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경찰에만 업무가 쏠리거나 치안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령상 규정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일선의 업무 과중 해소 차원에서 경찰만능주의 극복이 의미는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치경찰제 정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주취자나 정신질환자 대응은 자치경찰사무로, 지자체 및 지역 의료기관과 소통도 강화할 수 있다는 견해다.
한편으로는 취임 직후 '경찰국 논란'과 '이태원 참사'로 떨어진 조직 내 신뢰를 회복하려는 인기영합적 발언으로 해석하는 비판론도 있다. 실제 이태원 참사 직후 윤 청장의 여러 발언은 책임을 일선에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가·자치경찰사무를 제대로 설정하고, 부서별 업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며 "과거와 달리 모든 업무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경찰국 논란이나 이태원 참사 등으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려는 인기영합적으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본적인 방향은 맞지만, 단순히 경찰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각 기관의 전문 분야에서 협업을 유도하는 방향이 적절하다"며 "각 기관 업무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전문성에 입각한 역할 분담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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