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성남=김세정 기자]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10일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며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19분께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 도착했다.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걸어 올라온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10시33분께 포토라인 앞에 섰다.
준비한 A4 용지를 꺼내든 이 대표는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현장에 서 있다. 오늘 이 자리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무리한 정권의 역주행을 이겨내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명백한 진리를 증명한 역사의 변곡점으로 기록되길 바란다"며 "그들이 저를 욕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저와 성남시 공직자들의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조작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성남FC 수사가 조작 수사이며 '사법 쿠데타'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탄압인 이유는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다. 이미 수년간 수사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없는 사건을 만들어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성남FC 후원금으로 개인이 취득한 이득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의 기업들을 유치해 세수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 과연 비난받을 일인가. 이렇게 검찰이 공권력을 마구 휘두르면 어느 지자체장이 기업 유치를 하고, 적극 행정을 하겠는가"라며 "성남FC를 어떻게 미르재단처럼 사유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 대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검찰의 수사에 맞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검찰의 이런 이상한 논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 표적 수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내란음모죄라는 없는 죄를 뒤집어썼고, 노무현 대통령은 논두렁 시계의 모략으로 고통당했다"며 "이분들이 당한 일이 사법 리스크였냐. 사법 리스크가 아닌 검찰 리스크였다. 검찰 쿠데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봉암 사법 살인 사건,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등 검찰에 의한 셀 수 없는 사건 조작이 있었다"며 "검찰은 그간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가 이제 정권 그 자체가 됐다.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로 영장을 남발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 검찰공화국의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뚫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이 의도가 있다고 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미 검찰은 답을 정해놓고 있다. '답정기소'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기소를 목표로 두고 수사를 맞춰가고 있다.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다. 검찰에게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충실히 방어하고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지지자들에게 90도로 인사하고 지청 안으로 들어갔다.
성남FC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성남FC 구단주로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농협, 분당차병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 6개 기업에 성남FC 후원금과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여 원을 받는 대신 기업 현안을 해결해줬다는 내용이다. 바른미래당이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대표를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았다. 검찰은 이후 전면 재수사를 벌여 경찰이 넘긴 두산건설 관련 혐의 외에도 네이버 등 5개 기업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후원금 요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과 관련 문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후원금 요구를 직접 지시했는지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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