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해를 넘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최근 4호선을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전장연과 서울시·서울교통공사가 기약없는 힘겨루기에 들어가면서 4호선 이용 시민들은 대체수단 찾기에 분주하다.
5일 전장연에 따르면 올해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260일 동안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벌인다. 용산 대통령실과 가까운 삼각지역 4호선에서만 진행한다. 장애인 권리예산 확보는 윤석열 대통령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4호선 지하철역 근처에 사는 시민들은 시위를 피해 이동할 수단을 찾고 있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버스를 타거나 4호선이 아닌 다른 라인의 지하철을 이용하는 등 스스로 '살길'을 찾는 모습이다.
4호선 미아역 인근에 거주하는 권모(28) 씨는 주 3~4회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출퇴근한다. 권 씨는 "출근길에 4호선을 타고 이동하던 중 시위로 열차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들으면 버스를 타기도 한다"며 "같은 거리지만 버스를 타고 이동하니까 시간이 3배나 걸리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위가 어느 순간부터 요일을 가리지 않고 진행돼서 예측이 불가능해졌다"며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씩 지연되다 보니 대안을 찾게 된다. 하루빨리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하철 2·4호선 사당역에 사는 직장인 이모(29) 씨는 "4호선을 타고 가야 하는 곳에서는 최대한 약속을 잡지 않는 편"이라며 "4호선을 탈 일이 있어도 2호선으로 우회해 갈 방법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피해 가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호선 범계역 근처에 사는 정모(24) 씨는 "얼마 전 면접을 보러 2시간 먼저 나왔는데 연착으로 지각을 한 적이 있다"며 "그 이후에는 시위 일정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동하려면 4호선을 타야 해서 하루에 2번은 4호선을 타야 하지만, 버스로 이동할 수 있는 곳인지 알아봐야 마음이 편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와의 면담을 마치고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전장연은 "조정안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오 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해달라"며 "답변을 기다리는 19일까지는 냉각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장연은 면담에 대한 답을 기다리며 자하철 탑승 없이 승강장 시위만 진행할 예정이다. 전장연의 면담 요청으로 서울시와 전장연이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은 "전장연은 열차 운행을 5분 이상 지연할 경우 회당 500만 원을 서울교통공사에 지급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전장연은 조정안에 따라 5분 내로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조정안을 수용했으나 오 시장은 "지하철을 5분이나 지연시킬 수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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