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서울에서는 월드컵 거리응원부터 제야의 종 타종까지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가 이어졌지만 모두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그 이면에는 안전인력을 늘리고 인파를 분산하는 등 안전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4일 서울시와 붉은악마 서울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월드컵 거리응원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0건이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기간 붉은 악마는 광화문 일대에서 11월24일, 11월28일, 12월3일, 12월 6일 총 4차례 거리응원전을 주최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되지 않아 열리는 행사에 시민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시기였다.
이에 따라 시는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 지하에 종합상황실을 운영해 경찰, 소방 및 비상시 구급 대책 등 안전을 위한 행정적 지원을 제공했다.
우선 종합상황실에서는 행사 현장 순찰 및 비상상황 대응, 시설물 안전 관리, 교통·안전·구급 사항 대응, 인근 역사 안전관리 등에 서울시와 자치구의 인력을 투입했다. 직전 월드컵인 2018 러시아 월드컵 거리응원전 당시 90명이었던 안전요원을 300명에 가까운 인원으로 늘려 투입했다.
경찰도 광화문광장에만 기동대 4개 부대를 추가 배치하는 등 경찰 약 900명이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혼잡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시는 광화문 인접 지하철역인 5호선 광화문역과 1호선 시청역은 무정차 운행할 수 있도록 했다.
영하로 떨어질 정도의 추위가 예상되는 날씨에 '한파 쉼터'를 마련해 시민들이 몸을 녹일 수 있게 준비했다. 안전한 행사를 위해 과도한 음주도 자제하도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등을 통해 안내해나갔다.
종로구는 케이티(KT) 광화문빌딩이나 종로구청 등 공공기관 화장실을 개방해 시민들이 언제나 이용할 수 있게 준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참사 후에 이뤄진 거리응원이다 보니 시에서 경찰 협력을 많이 요청했다"며 "제복을 입은 경찰의 통제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최대한 많이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군데 모여 있으면 정체 현상이 벌어지니까 계속 이동하고 통로에 서 있지 못하게 계속해서 이동 안내도 했다"며 "사고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시민들이 많이 협조해주셨다"고 부연했다.
행사를 주최한 붉은악마 관계자도 "100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90명을 앉게 하는 등 인파 대비책을 세웠다"며 "광장 아래 종합 관제 시스템으로 실시간 상황을 모니터링했다"고 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온 시민들이 주최 측의 안내에 잘 따라줘서 사고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거리응원전이 끝나고 나서 주변 쓰레기 등도 직접 정리해주셨다"고 말했다.
안전사고 없는 월드컵 거리응원을 마친 붉은악마는 3일 서울시와 지자체, 경찰서 등의 행정 지원에 대해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거리응원과 마찬가지로 3년 만에 돌아온 '제야의 종 타종행사'도 안전사고 발생 없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특히 이번 행사는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인구밀집을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인파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는 스마트 인파관리를 통해 보행량을 예측해 인파 사고가 예측되면 재난안전상황실로 전파해 대응하도록 준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람이 직접 눈으로 밀집도를 보는 게 아니라 기계가 밀집도를 측정해주다 보니 행정력을 아낄 수 있었다"며 "현재는 시범사업으로 도입했지만 효과 분석을 통해 분명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 시 차원에서도 도입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이처럼 이태원 참사 후 인파가 몰리는 행사를 주최할 때는 주최의 유무에 상관없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정부가 앞으로 주최 측이 없는 행사에도 주최가 있는 행사처럼 메뉴얼을 만들어 대응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다만 올해만 이렇게 대비할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대비를 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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