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피고인이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심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해도 진정성립과 신빙성이 있다면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 혐의로 기소된 A,B씨에게 유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A,B씨는 702억여원 규모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합계 70억여원의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정부에 제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 재판의 쟁점은 유죄의 증거로 제출된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범칙혐의자심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피고인들은 이 조서는 형사소송법 312조에 따라 검사 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서류로서 자신들이 조서 내용을 부인하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1,2심은 두 사람의 유죄를 인정해 각각 징역 2년에 벌금 14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세무공무원을 사법경찰관리나 특별사법경찰관리, 즉 수사기관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조서는 검사나 경찰관이 작성한 조서와 다르다고 봤다. 이는 형사소송법 313조에 따라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사람이 작성한 진술서나 서류에 해당하므로 재판에서 작성자·진술자가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진술이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면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형소법 312조에 따르면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는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진성성립은 서류가 진술자가 말한대로 작성됐다고 확인하는 절차를 말한다. 대법원은 '신빙할 수 있는 상태'란 조서 작성에 허위 개입 여지가 없고 진술거부권, 변호사 조력권, 이의제기·의견진술권 등이 보장됐는지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판결은 조세범칙조사를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 판단기준을 제시한 최초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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