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대 예산 '후려치기'…반값등록금 폐지·장학금 배제 위기


2023년도 예산 100억 줄어든 477억 확정
반토막 예산에 등록금·장학금 악영향 예상
시립대 총학 7000명 서명운동·보직교수 사표

반토막이 된 예산에 반값등록금 폐지 위기에 놓인 서울시립대 재학생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반토막이 된 예산에 반값등록금 폐지 위기에 놓인 서울시립대 재학생들이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29일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이달 16일 본회의에서 2023년도 시립대 예산을 서울시가 제출한 577억 원에서 100억원 삭감한 477억 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시립대 전체 예산 1403억 원 중 시 지원금은 875억 원으로 62%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가량의 예산만 확보하게 된 것이다.

시의회는 시립대의 대학 경쟁력 약화를 예산 삭감의 이유로 들었다. 실제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큐에스(QS, Quacquarelli Symonds)가 매긴 세계대학랭킹에서 시립대의 순위는 2012년 500위권에서 올해 800위권으로 하락했다. 시립대는 외국인 비율이 낮고 교원당 논문 수가 적은데다, 연구 실적과 산학협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로 순위가 하락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서울시립대가 올해 800위권대로 하락한 것은 '경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대학시스템' 때문"이라며 "내부 구성원에게 연구실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쇄신을 요구하고, 대학 스스로 재정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게 하기 위한 실질적 처방"이라고 밝혔다.

반토막 예산에 시립대는 반값 등록금 폐지, 장학금 감액, 비교과 프로그램 운영 축소 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등록금이 오를 경우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최근 3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 3년 간 물가상승률은 2020년 0.5%, 2021년 2.5%, 2022년 5%이었다. 평균인 2.7%의 1.5배인 8.1% 이상 등록금이 인상되면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시립대의 경우 타 국립대학의 반값 수준인 100만 원대 등록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예산 부족으로 등록금이 국립대 수준으로 오르게 되면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된다. 결국 반값이었던 등록금은 오르고 국가장학금은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에 따라 시립대 학생들은 단체 행동에 나섰다. 총학생회는 공동 성명문을 내고 재학생, 교직원, 동창회를 대상으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29일 오후 3시 기준 5829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했으며 앞으로 7000명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립대 총학생회는 "소통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김현기 서울시의장의 반값 등록금 폐지 언급 이후부터 비서실을 통해 면담을 요청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시립대가 현재 국가장학금2유형으로 17억 원을 받고 있는데 등록금이 오르면 1700명의 학생이 등록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시의회가 주장한 대학 순위에 대해 "QS 랭킹에서만 순위가 낮아졌을 뿐 중앙일보 대학평가와 타임즈고등교육(THE, Times Higher Education)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는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시의회의 답변을 받지 못한 총학생회는 오는 1월 시의회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계속해서 연락이 닿지 않으면 1월 중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 삭감에 따른 재학생 피해 등을 밝힐 예정"이라며 "학생 공동 입장문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시립대 교수들도 줄지어 사임하고 있다. 교수회는 전날 100주년 기념관에서 교수 총회를 열고 시 지원금 100억 원 삭감에 책임을 지고 부총장과 처장급 교수 7명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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