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인턴기자]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들이 국가와 경기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과 경기도는 선감학원의 수용 과정뿐 아니라 시설 내 인권침해 방조, 사후 진실 은폐와 책임회피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책임이 있다"며 "피해자 약 160명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구 금액은 피해자들의 수용 기간에 따라 1년당 1억원이다. 각 피해자들의 수용 기간이 달라 총액이 산정되진 않았지만, 피해 금액을 확장할 수도 있다는 게 민변의 설명이다.
선감학원 사건은 '소년판 삼청교육대'라고도 불린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설립돼 1946년 경기도가 인수하고 1982년까지 운영한 소년 감화원으로 부랑아 갱생을 명분으로 빈민 아동과 청소년을 강제 연행해 격리·수용했다. 선감학원에서는 최소 4600여 명의 아동들이 국가폭력에 희생당했다.
지난 10월 20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한 바 있다. 진실규명 신청인 166명도 선감학원 수용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선감학원 피해자 변호단 단장을 맡은 강신하 변호사는 "진화위가 국가에 사과와 진상 규명, 피해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권고했지만 국가는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과 한마디 없이 권고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 위원장 이동준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선감학원 사건으로) 고통받은 건 개인의 책임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권위주의 정권이 정권 안정화를 위해 행한 공포정치 때문"이라며 "사법적인 절차를 통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법원 판결로 후대에 남겨 사회에 다시는 국가의 불법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소송 취지를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선감학원이 법적 근거 없이 아동들을 선감학원에 강제수용했고 보호와 교육이 필요한 아동들에게 강제노역을 시키고 원아들 사이 상호감시 및 폭력을 조장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국가의 위법한 공권력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선감학원 피해자들도 참석했다. 피해자이자 선감학원아동피해자대책협회 회장 김영배 씨는 "9살 때 선감학원에 끌려갔는데 59년이 지난 지금도 피해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며 "소송 단계보다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국가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라고 말했다.
천종수 씨도 "(선감학원에) 의지로 간 게 아니다. 경찰과 공무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며 "8년 동안 인권유린을 무지막지하게 당했다. 그런데 정부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나몰라라 한다. 사과조차 왜 그렇게 못하는 지 모르겠다. 머릿 속에는 학원에서 봤던 기합과 구타밖에 떠오르지 않아 아직까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번 소송은 1차 소송으로 민변은 추후 2차 소송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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