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이다] 당하는 사람만 바보?...'피해 구제 난망' SNS 사기(하)


신종 사기, 전기통신금융사기 특별법 적용 못 받아
대포통장이지만 계좌 지급정지 안돼 피해 커져
피해 구제 방안 현재로선 없어

[더팩트ㅣ배정한·윤웅 기자] 신종 SNS 사기 피해자들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경찰과 은행의 미온적인 대처가 이를 더 키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로맨스 스캠' 피해자 B 씨는 신수0 명의의 계좌로 돈을 보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인스타그램 대리 베팅 사기로 1억8000만 원의 피해을 입은 C 씨도 신수0 명의의 계좌로 돈을 보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계좌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만 16명이고 피해금액은 5억 원이 넘어갑니다. 경찰 신고 이후에도 피해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피해자 C 씨는 같은 계좌의 피해자들을 모아봤더니 이 두 방식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데이팅 앱 틴더와 위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다양한 채널에서 카지노 대리 베팅, 파워볼 번호 유출, 로맨스 스캠, 채팅 아르바이트 환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를 입지만 입금은 문제의 그 한 계좌로 유도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 C 씨는 경찰에 신고했을 때 피해를 입었던 그 계좌만 지급 정지를 시켰어도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 C 씨: (피해자가) 어제까지도 있었어요. 피해당한 계좌가 신수0. 경찰분이 제가 신고했을 때라도 (계좌 지급정지를 했어도...) 금융기관이 자기들 귀속 기관이 아니라서 강제로 할 수는 없대요.

은행에 전화하니까 보이스피싱이 아니라 사기이기 때문에 지급 정지를 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사기도 사기잖아요. 지금 나라에서 일을 키우는 거예요. 그 계좌 하나 못 잠궈서 피해자들이 지금 열 명 대야 저번 주부터 딱 어제까지 한 계좌로만.

SNS 사기이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사기하고 중간에 저희는 SNS 사기라는 거예요. 그런 법은 없잖아요. 그러니까 저희가 도움 받을 데가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탈출구가 아무것도 없어요.]

[피해자 모임 운영자 D 씨: 보이스피싱을 당하면 저희가 은행에 전화해서 유선으로 바로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건 저희가 못하잖아요. 경찰이 공문을 보내면 바로 해줄 수 있는데 경찰이 안 해줘요. 은행도 안 해줘요. 저희가 금융감독원에 민원 넣고 경찰청에 민원 넣고 싸워야지 겨우 되고. 경찰이 범죄 계좌로 등록을 해달라고 (해당은행)본사에다가 공문을 보내면 그 계좌는 동결이 되거든요. 공문만 보내주면 되는데 그 공문을 잘 안 보내줘요.]

피해자 C 씨가 신수ㅇ 계좌로 입금한 내역.

피해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은행명과 계좌번호, 계좌명을 수사기관에 신고를 한 상태에서도 같은 계좌로 계속 피해자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같은 대표적인 전기통신금융사기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를 인지한 순간 본인이 경찰 또는 은행에 신고를 해서 계좌 지급정지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대리 베팅 사기', '로맨스 스캠'과 같은 신종 SNS 사기 피해는 '전기통신금융사기'가 아니라 '투자 사기 또는 사이버 사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신속하게 계좌 정지를 신청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유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된다'는 예외 항목에 신종 SNS 사기가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의 경험에 따르면 경찰에 신고한 뒤 수사관이 해당 은행에 범죄 계좌를 동결시켜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은행측이 이를 승인해 실제 계좌 지급정지를 받아낸 사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 공문 단계에서 시간이 지체되거나 거절되는 경우가 많고, 은행은 경찰 공문을 받아도 계좌 정지를 승인하지 않아 하루 이틀 사이에 피해자들의 돈은 사기범들의 손으로 손쉽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계좌 주인을 찾아도 이미 빈 계좌이기 때문에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가 없어집니다.

신종 SNS 사기 피해 건으로 계좌 지급정지가 가능한 것인지 경찰에 확인을 해봤습니다.

법죄자들이 사용한 기업은행 대포통장 내역.

[송지헌 송파경찰서 수사1과장 : 원칙적으로 이 SNS 사기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법'의 지급 정지 대상 사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인터넷만 찾아봐도 지급 정지가 안 된다더라 하는 정보는 쉽게 얻을 수가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처음 신고 자체를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고, 수사관들이 그거를 믿고 보이스피싱 범죄로 신속하게 지급 정지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수사를 진행하다 보니까 보이스피싱 범죄가 아니라 SNS 사기라는 게 사후적으로 알려지게 되는 경우가 많고요.

은행 직원들도 이걸 잘 모르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경찰에서 공문이 오면 SNS 사기인지 신종 사기인지 이게 보이스피싱의 유형에 해당하는 건지 구별이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너무 다양하다 보니까 그래서 그 직원들도 면밀하게 검토를 하지 않고 지급 정지를 해주는 거지 그러니까 일종의 해프닝처럼 되는 것이지 경찰관 재량에 따라서 이거는 해주고 이거는 안 해주고 이렇게 되는 거는 아닙니다.

다만 유의하실 거는 SNS 사기를 당했다고 하면 지급 정지가 안 될 것을 우려해서 허위로 이제 지급 정지 신청을 한 경우에는 관련 법에 따라서 3년 이하 징역 또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유의가 필요합니다.]

신종 SNS 사기가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점이 많아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계좌 지급정지 기준에 대해 혼돈을 격고 있습니다. 해프닝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장 수사관들이 은행에 직접 공문을 보내는 경우도 종종 확인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관 : 동결 신청 말씀하시는 거죠? 그러니까 묶어놓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 저희가 했는데. 그 공문은 제가 보냈거든요. 네 공문을 보냈는데 기업은행에서 연락이 온 게 기업은행에서 이제 내부 회의를 거친다 했어요. 그거에 대해서 네 근데 안 된다고 했어요. 은행에서...]

[피해자 C 씨 : 은행에서 안 된다면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경찰 수사관 : 이제 저희 손에서는 이제 할 게 없는 거죠 지금...]

[피해자 C 씨 : 이해가 안 되네.]

[경찰 수사관 : 저희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저희도 답답해요.]

[금융감독원 관계자: 계좌 정지는 원래 굉장히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아니고요. 보이스피싱 특별법에 의해서만 지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신종 SNS 사기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 모임에서 대포통장 계좌를 분석해봤더니 기업은행의 계좌가 절반에 가까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경찰과 피해자들도 기업은행이 범죄자들이 주로 애용하는 대포통장 공장이라고 표현할 만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법에 따라서 계좌 정지를 거절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피해자들도 계속 늘어나고 피해금액 회수도 어려워지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공문을 통해 "보이스피싱의 경우 즉시 계좌 지급 정지를 적용하고 있지만 신종 SNS 사기에 대해서는 부득이 거절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다만 "일정 요건을 갖춘 법원의 영장이나 '검찰 압수물 사무규칙'에 따른 검사의 요청이 있는 경우 신종 SNS 사기에 대해서도 지급 정지가 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 기업은행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특별법에 해당하지 않는 사기 등도 경찰의 은행 계좌 부정사용범 현장검거를 위한 '계좌 수사 경찰망 등록(부정계좌 등록)' 요청 시에는 즉각적으로 등록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좌수사 경찰망 등록' 시 비대면거래가 제한되고 창구거래만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은행은 경찰이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현장에서는 경찰과 은행 간의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 듯 보입니다.

신종 SNS 사기는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비슷한 조건으로 피해를 입지만 법적으로는 보이스피싱과 다르기 때문에 범죄 계좌 지급정지를 못하는 상황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SNS를 이용한 사기도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법적 보호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재화 공급 및 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 또한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상임위에 계류중입니다. 법의 공백 속에 신종 SNS 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이 현재로선 없는 상태입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 원래 보이스피싱 같은 경우에는 대포통장이든 어떠한 통장이든 금액을 받은 다음에 소액으로 나눠서 빼내는 형태들로 해서 피해자들이 많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래서 (유사한 신종 사기들도) 빠르게 지급 정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봤는데.

지금도 지급 정지 가지고 악용되는 사례가 많은데 더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지지 않겠냐 하면서 (개정안에 대해서 관계 당국이) 조금 난색을 표하고 있거든요. 해당 법안 같은 경우에도 시행령이라도 조금 고칠 수 있게끔 만들어줘 놓고 해당 법들을 빨리빨리 좀 처리하면 되는데 이제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는 모양새라서 지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피해를 받고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피해 회복을 도와준다며 접근해 또 다시 금전적인 피해를 안기는 일당들도 성행을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E 씨 : 000 카페라고 있어요. 거기에 저희 같은 피해자분들도 계시고 주식 리딩 사기 당하신 분들도 계시고, 자기들끼리 어떻게 피해를 입었다 아니면 지금 어떻게 진행을 하고 있다 이런 정보를 공유하고 계세요.

거기서 두 번째 이제 사기를 치려고 사기꾼들이 어떻게 도와주겠다 아니면 지급 정지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식으로 연락이 오거든요. 그러면서 또 당했었어요. 2차 피해를 2000만 원 정도]

피해자 E 씨는 '인스타그램 대리 베팅 사기'로 1억2000만 원의 피해를 당했습니다.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사기 피해자들이 모여있는 카페에 가입 했다가 또 다른 사기꾼들에게 표적이 됐습니다.

E 씨는 '해당 카지노 사이트를 해킹해서 돈을 돌려주겠다'고 접근을 한 남성에게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외에도 '피해 회복을 위해 코인으로 돈을 벌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대포통장을 구해오면 피해금액을 회복할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기꾼들이 접근을 시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으로 피해 회복을 위해 방법을 찾아보던 피해자들은 이런 상황을 악용한 또 다른 2차·3차 피해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신종 SNS 사기를 포함한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활발하게 범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검거가 되도 처벌 수위가 낮아 보이스피싱과 신종 사기들의 피해 금액은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범죄 조직들의 법망을 피해가는 교묘한 수법들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국회와 수사당국, 금융당국의 대응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을 지킬수록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모순적인 현실에 대한 관계당국의 발빠른 대처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계좌 정지가 되지 않아 수많은 대포통장으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기획취재팀=이효균·배정한·윤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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