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이다] 인스타그램 부업? '신종 사기입니다!' (상)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신종 사기 피해 사례 '급증'
일면식 없는 SNS 인연으로 입금 유도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과 동일 가능성

[더팩트ㅣ배정한·윤웅 기자] "진짜 이거 들으면 다른 사람들이 나 같으면 안속을 것 같아 하는데... 그 상황 순간에 사람 심리라는 게 내 돈이 묶여 있고 이거 다 빼면 어차피 내 돈이니까라는 생각에 계속 돈을 내게 돼요"

내 돈을 출금해야 되는데 이상한 이유로 출금을 못하고 오히려 더 많은 금액을 입금하게 됩니다. 마음이 조급해져 수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빚만 더 쌓여가는 황당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미 수천만 원이 범죄자의 계좌로 넘어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SNS 인스타그램에서 수익률이 좋다는 유혹에 넘어가 금전적인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신종 사기라서 데이터가 부족해 경찰은 피해자 수와 피해 금액에 대한 통계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신종 SNS 사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한 피해자를 만나봤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접근해 카지노 사이트를 알려주는 신종 SNS 범죄 조직. 범죄에 사용된 카지노 사이트.

피해자에게 안전한 재테크라고 유혹하는 범죄 조직원.

[기자: 처음에 그 사람하고 접촉하게 된 계기가?]

[피해자 A 씨: 네 인스타그램에서.... 걔네가 저한테 팔로우 요청을 하고 계속해서 게시물을 올리니까... 그런 사람들(인스타그램 부업 상담사)이 진짜 많아요. 그래서 원래 요즘에는 보통 인스타그램으로도 옷이랑 물건들을 많이 사요. 별다른 의심은 없었고 그냥 (부업 관련) 문의라도 해보자 이렇게 해서 문의를 한 거였는데. (인스타그램 부업 상담사가) 그쪽 게임 카지노 운영자 아이디를 저한테 알려주고 여기에서 문의를 드린다고 얘기를 해라, 대리 베팅이라는 거 들키면 안 되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라. 그러나 불법은 아니다 이렇게 하고...]

[기자: 부업 문의드립니다 하고 연락을 했더니 이제 그쪽에서 연락 온 게 카지노에요?]

[피해자 A 씨: 대리 베팅...]

[기자: 그거를 바로 그냥 얘기를 하던가요 카지노 대리 베팅을 하는 거라고?]

[피해자 A 씨: 무슨 게임이고 대리 베팅이고 이렇게 해서 초기 비용 100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설명을 하고. 어디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고 여기서 회원 가입을 하고 아이디를 알려주면 우리가 10배의 수익률을 줄 테니 니가 나한테 30%만 수수료를 달라.

가입하고 나서 인스타그램 부업 상담사가 알려줬던 카지노 운영자한테 제가 100만 원을 줬잖아요. 그리고 다시 들어가면 게임 머니에 100만 원이 들어가 있어요.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가 있어요 사이트를.... 그러니까 저는 그걸 믿었어요.]

그럴듯한 사유로 출금을 못하게 됐다고 속인 뒤 추가 입금을 유도하는 범죄 조직원.

범죄 조직원의 유혹에 넘어간 피해자가 대포통장으로 입금을 하면 가짜 카지노 사이트에서 포인트가 쌍이고, 출금을 하려고 하면 다양한 핑계로 출금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입금을 하게 되는 구조로 피해금액이 커져가는 상황.

지금까지 피해자 A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으로 접근한 사기꾼 A가 부업을 미끼로 카지노 사이트에 가입을 시킨 뒤 100만 원을 입금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러면 2시간 뒤 사기꾼 A가 10배가 넘는 수익금(1450만 원)을 알려주며 출금을 지시하지만, 사이트 관리자인 사기꾼 B가 신규회원의 수익금이 너무 커서 정회원 가입을 해야만 출금이 가능하다고 속입니다. 정회원 가입비는 500만 원. 입금을 하고 나면 수수료 1500원이 모자라서 정회원 승인이 안됐다고 설명한 뒤 500만 1500원을 더 입금해야지 정회원 자격으로 출금이 가능하다고 재촉을 합니다.

이미 이 단계에서 이상함을 감지해야 되지만 사기꾼들의 덫에 걸린 피해자는 본인의 돈이 1950만 원이라고 착각을 하게 됩니다.

피해자는 어렵게 또 대출을 받아 500만1500원을 입금합니다. 피해자가 대출을 받아 보낸 돈이 총 1100만 1500원.

사기꾼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시스템 문제를 거론하며 1600만 원을 추가로 입금해야지 4000만 원을 출금할 수 있다고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을 합니다. 이렇게 출금은 못한 채 쌓여가는 빚을 수익으로 착각하며 위험한 대출만 늘어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근데 지금까지 그 과정들이 전화로 통화한 거예요? 아니면 카카오톡으로?]

[피해자 A 씨: 그냥 오로지 카카오톡으로만 했어요. 근데 좀 이상하다고 의심 들고 나서부터 검색을 하고 112에 신고를 하니까 그 사람들이 다 연락 두절이 된 거예요. 계속 재촉했잖아요. 저한테 돈 달라 지금 마스터님 화났다 빨리 수수료 달라 했던 사람들도 싹 연락이 끊긴 거예요.]

피해자 A 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40일 만에 수사가 중지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수사 중지(피의자 중지) 이유에 대해 피의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특정할 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고 계좌 명의자도 8월경 해외로 출국한 상황이라 조사가 불가능하여 지명통보 후 수사 중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탐사보도팀은 피해자 A 씨와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피해를 입은 B 씨도 만나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B 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랜덤으로 만난 한 여성의 부탁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해 1422만 원을 입금하고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인스타그램 대리 베팅 사기'와 함께 일명 '로맨스 스캠'이라고 불리는 이런 신종 SNS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피해자 B 씨 : 카카오톡 오픈 채팅, 거기에 들어가서 얘기를 좀 하다가 다음 날 이제 돈과 환전 얘기하면서 도와달라는 식으로 얘기를 해서 사이트 알려주고. 외국에 살 때 거기서 일을 했고 포인트가 있는데 지금 자기가 한국에 들어와서 계좌도 없고 아직 휴대폰도 개통 못했는데 지금 코로나 걸려서 자가 격리가 되어 있다. 근데 그 사이트가 업데이트를 한다고 해서 그 포인트를 일단 먼저 빼라고 했는데 오늘 안 빼면 다 없어지는데 그게 다 현금이다. 대신 빼주면 안 되겠냐라고 해서 일단 알겠다 하고 이제 그때부터...]

[기자: 그러면 일단 그쪽에서 먼저 접근한 건 아니네요? 그 채팅방을 들어간 계기는 뭐였던 거죠?]

[피해자 B 씨 : 보통 이제 모임 같은 거나 채팅 느낌으로 검색을 하는 건데 그 사람이 걸린 거죠.

환전 얘기하면서 전문 환전해 주는 사람들한테 부탁하니까 돈을 얼마를 달라더라, 근데 그 돈이 너무 비싸다 대신 도와줄 수 없겠냐 해서 일단 도와준다고 하고... 이제 사이트를 하나 알려주고 거기 회원가입을 하라고 해서 회원가입하고 그 사람이 방을 만들어서 초대를 하면 거기 들어가서 포인트를 받고 제가 환전을 하는 그런 방식이었는데. 이제 첫 신규 회원가입이었고 등급이 낮다고 받을 수 있는 일정 금액이 정해져 있다. 더 받고 싶으면 등업을 해라. 그러니까 레벨을 올려라. 내가 그걸 다 돈으로 사야 되니까 계좌번호를 그 사이트 상담사 쪽에서 보내줬어요. 그 계좌번호로 이제 등업을 했죠.

종류별로 있는데 하루에 그걸 다 빼려면 50만 원에서 100만 원 두 가지 종류 선택해야 돼요.]

SNS로 대화만 나눠본 일면식도 없는 범죄 조직원이 친밀감을 드러내며 채팅 환전을 유도하고 있다.

두 피해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인스타그램 대리 베팅 사기'와 '로맨스 스캠' 사기는 시작 방법만 조금 다를 뿐 범죄계좌로 돈이 입금되기 시작하면 똑같은 방식으로 추가 입금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아차리면 종적을 감추는 방식 또한 똑같습니다.

이런 신종 SNS 사기들은 경찰에 신고를 해도 주범은 잡지 못하고 대포통장 대여자와 인출책 아르바이트 등 말단 조직원 검거에 그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보이스피싱만큼 불어나고 있지만 주범을 검거하지 못하는 이유를 경찰에게 물어봤습니다.

[송지헌 송파경찰서 수사1과장: 보이스피싱의 총책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검거를 해보니까 곁다리로 로맨스 스캠도 하고, 베팅 사기도 하고 이렇게 이 사람들이 이런 것도 같이 하더라 하면서 이 과정에서 검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범들이 대부분 동남아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고 온라인이라는 생태계를 이용하는 범죄이다 보니까 추적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ip 세탁해주는 업체들 또한 역시 외국에 있는 회사들이 많다 보니까 대한민국 형사사법권이 미치지 않아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다 하더라도 집행이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설계한 총책들을 검거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간다고 하면 국제적으로 공조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고요.]

보이스피싱, 파밍, 스미싱, 메모리 해킹, 카지노 대리 베팅, 파워볼 번호 유출, 로맨스 스캠, 채팅 환전, 채팅 아르바이트 등 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한 신종 사기들은 용어를 나열하기 힘들 만큼 그 범죄 수법이 다양해지고 피해 금액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이버범죄를 뿌리 뽑지 못하고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유는 총책들이 해외에 거점을 두고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검거가 되더라도 말단 조직원이고 총책을 찾더라도 사법권이 미치지 못해 처벌을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많습니다.

사이버범죄 조직의 총책을 잡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국회와 수사당국, 금융당국이 국내의 법과 제도를 현실에 맞춰 개선을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또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를 위한 근거 마련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기획취재팀=이효균·배정한·윤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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