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조소현 인턴기자] 검찰이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 김만배 씨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필요한 범위에서 압수수색했다는 입장이지만 재판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을 압수수색하는 일은 이례적이라서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 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김씨의 변호인이 김씨의 범죄수익 은닉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다. 검찰은 변호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압수수색 이튿날에는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변론권 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의 상담 및 조언 내용은 비밀로 지켜야 하는데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변론권을 위축시켰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변호인은 피의자, 피고인과 모든 사항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립 관계에 있는 수사기관이 일방적 압수수색을 통해 변론의 기본이 되는 증거 자료나 변론 요지 등을 다 가져간다면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와 변호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압수수색은 이전에도 논란이 됐다. 검찰은 2019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애경산업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김앤장을, 2016년 롯데그룹의 탈세 의혹을 수사할 때는 법무법인 율촌을 압수수색했다.
법원이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쉽게 발부해주는 경향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주사회변호사를위한모임(민변)의 김지미 변호사는 "지금 압수수색 영장이 통제가 안 되고 있다. 검찰이 대충 써서 내면 거의 다 발부되는 상황인데 영장 전반에 문제점이 있다"며 "변호인의 조력권이나 무기 대등의 원칙,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고려해서라도 변호인의 사무실이라면 압수수색 영장이 조금 더 엄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희범 변호사도 "(법무법인 압수수색은) 대립 당사자 구조에서의 무기평등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 헌법소원 대상"이라며 "영장 발부가 어떤 사유로 됐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발부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변호인 압수수색을 금지하는 법률 규정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노 변호사는 "변호인의 비닉권 내지는 자신의 혐의가 아니라면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입법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이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 변협회장 후보자들도 한 목소리…"변호인 조력 권리 훼손"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잇따라 검찰의 압수수색에 항의 목소리를 내면서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영훈 후보자는 검찰에 항의 서한을 제출하면서 "변호사의 역할과 기능을 마비시키고 형해화하는 행위다. 사법 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 법치 국가에서 수사기관이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관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진다면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의뢰인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게 되고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병희 후보자도 "검찰과 변호사는 각자 위치에서 주어진 권한 안에서 진실의 규명과 권리의 보호를 위해 힘써야 한다"며 "입법의 미비를 기화로 검찰이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의뢰인과 주고받은 내밀한 정보까지 모두 취득한다면 과연 어떤 변호사가 올바로 자신의 의뢰인을 위한 변론을 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박종흔 후보자도 대검에 항의 서한을 제출하고 "해외 입법례를 보면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철저히 보장한다"며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리에 이루어진 의사교환 내용 등에 대해서는 공개 제출 또는 열람할 것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해 수집된 증거는 재판이나 행정절차 등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 제도의 정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