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재수' 끝에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과실범 공동정범 논리를 펼치고 있는 특수본은 26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신병을 확보하면 윗선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 박원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종합상황실장(경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서장은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도 있다.
박 부장판사는 "수사 기록에 나타난 여러 증거와 심문 결과를 종합하면 영장 청구서 기재와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법원 김유미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5일 이들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한 차례 기각했다. 그러나 재신청 끝에 영장이 발부되면서 특수본 보강수사가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기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측됐는데도 사전 조치하지 않고, 사후에도 현장 책임자인데도 늦게 도착하며 부실 대응한 혐의를 받는다. 송 전 실장은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가 있다.
이 전 서장은 상황보고서에 현장 도착시간을 실제 오후 11시5분보다 앞당겨 작성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도 공범으로 입건된 상태다. 특수본은 허위공문서 작성과 행사 혐의도 이 전 서장 영장에 추가로 적용했다.
특수본은 지난 9·11일 각각 송 전 실장과 이 전 서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혐의를 다졌다. 당초 특수본은 이 전 서장 등 영장이 발부되면,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신병도 차례로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기각돼 고심했다.
이후 과실범 공동정범 법리를 통해 지난 19일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의 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박 구청장과 용산구 문인환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안전재난과장의 영장도 함께 신청했다. 이들의 과실이 중첩돼 158명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논리를 세웠다. 서울서부지검은 4명의 영장을 청구하고 문 국장은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이번 영장 발부는 법원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주최 없는 행사에서 과실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우선 특수본은 26일 박 구청장과 최 과장 신병을 확보한 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구속영장도 신청할 예정이다. 최 서장의 부실한 구조 지휘가 피해 확산에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현장에 도착한 직후에도 조치가 미흡했다고 본다.
송은영 이태원역장의 신병 확보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역사 내 안전사고 담당은 역장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외부 사고에 책임이 있는지도 따지고 있다. 송 역장은 무정차 요청을 놓고 용산서와 진실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용산 내 피의자들 신병을 확보하면 본격적인 윗선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전 서장 구속으로 윗선 수사 명분이 생겼다는 평가도 있다. 두 차례 소환조사한 김광호 서울청장부터 본격적인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청과 소방청 등도 수사선상에 올린 뒤, 이들을 아우르는 행정안전부 수사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난달 17일 행안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빠진 이상민 장관 집무실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50일이 넘는 기간 지지부진했다는 비판도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참사 직후 수사본부를 출범시킨 경찰이 '셀프 수사' 논란에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피의자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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