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요금인상' 꺼내든 오세훈…"국회 압박 카드"


'유지→인상 가능' 입장 바꿔…"국회 예산통과 촉구 의도"

그동안 지하철 요금인상에 선을 그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오 시장이 8일 오전 종로구 돈의동쪽방상담소에서 열린 우리동네 구강관리센터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그동안 지하철 요금인상에 선을 그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국회에 무임수송 국비지원 예산 통과를 촉구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민경제 어려움을 감안한 '버티기'도 더 이상은 어렵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하철 적자 폭이 너무 커졌다"며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 것으로 정리된다면 요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공식적으로 대중교통 요금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재정 상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요금인상에는 선을 긋는 입장이었다.

시는 지난해 보궐선거로 오 시장이 취임한 다음달인 5월에 해명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시기가 계속되는 등 무엇보다 서민생활의 안정이 중요한 시점이므로 현재로서는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인터뷰 등을 통해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올해 2월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도 "지금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위중한 상황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중교통 요금까지 인상하면 감당하기 힘든 그런 시점이기 때문에 요금인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11월 30일 오전 서울역 지하철 1호선 승강장이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남용희 기자

이번 발언은 국회에 국비지원 예산 통과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서는 내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각 지역 도시철도 손실분을 보전하는 안이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여야가 힘겨루기를 이어가며 예산안 통과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임수송 국비지원 예산안이 올라가 있는데 결론이 나지 않다보니 통과를 요구하는 차원"이라며 "매년 정부에 지원을 요구했는데 올해는 특히 노력을 많이 했고, 어느 때보다 통과에 가까워진 상황이라 그런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은 시설 노후화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승객 감소 등 영향으로 적자폭은 커진 반면 요금은 2015년 인상 이후 7년째 동결돼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된 실정이다. 특히 만 65세 이상 노인 등 국가 정책에 따른 무임수송 손실비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서울교통공사의 운수수입은 승객 감소에 따라 2019년 1조6714억 원에서 2020년 1조1932억 원, 지난해 1조 1542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올해도 이달 중순까지 운송 승객이 지난해보다는 10%가량 늘었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약 20% 줄어 수입이 극적으로 개선되지는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4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이벤트 행사장에서 지하철 재정난·무임수송 국비보전 호소 이벤트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피켓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다. /이선화 기자

그러면서 공사의 단기순손실은 2019년 5865억 원에서 2020년 1조1137억 원, 지난해 9644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 비용은 2019년 3710억 원, 2020년 2643억 원, 지난해 2784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승객감소로 무임수송 손실이 다소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경영 상 부담이 큰 상황이다.

7년째 요금이 유지되면서 수송원가와 평균운임의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2015년 기본요금을 1250원으로 올린 뒤 2016년 수송원가는 1318원, 평균운임은 947원으로 그 차액(결손금)이 371원이었는데 2019년은 수송원가 1440원, 평균운임 946원으로 결손금이 494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수송원가가 1988원까지 치솟았고 평균운임은 999원으로 결손금은 989원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정부와 국회에 국비지원을 요청했다. 올해에도 13개 광역·기초 지자체로 구성된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 협의회를 통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이어갔다.

그는 올 11월 공동건의문 채택 당시 협의회를 대표해 "서울·부산 등 대도시 뿐만 아니라 기초지자체 역시 정부 대신 도시철도 무임손실을 떠안으며 재정적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며 "2500만 국민이 이용하는 도시철도가 공공교통으로 지속 가능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번에야말로 정부와 국회의 책임있는 자세와 과감한 결단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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