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이다] '열여덟 어른' 자립준비청년, 얼마나 아시나요?


지난 8월 자립준비청년들 잇따라 숨져
자립지원 전담기관, 선진국 수준 못 미쳐
정서적 지지 체계와 사회적 네트워크 부족

[더팩트|이덕인 기자] '자립준비청년' 들어보셨나요? 지난 8월 광주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이 잇따라 숨지며 보호종료아동 관리에 대한 문제점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은 보육원 같은 보호시설에서 지내다 만 18세에 달하거나 보호조치가 종료되었을 때, 해당 시설을 퇴소한 아동을 말합니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국가의 경제적 지원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 6월 '아동복지법 개정안' 시행으로 보호종료 기간이 만 18세에서 24세로 늘었고 현재 자립수당은 월 35만 원, 자립정착금은 약 800만 원 정도 됩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13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숨졌다. /이덕인 기자

'사회가 곧 부모'인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 그들을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상범(가명)/자립 2년 차: 대학을 다니면서 800만 원(자립정착금)이라는 돈은 스무 살인 저한테 살아가는 부분에 있어 절대 큰돈이 아니거든요. 만 원조차 쓰는 것에 있어서 부담감이 있긴 해요. 하루에 두 끼 먹어도 식비가 한 달에 50만 원은 넘어요. 겉으로는 티를 안 내지만 그냥 남들처럼 살고 싶은 게 가장 크거든요.]

아름다운재단 자립준비청년 지원 캠페이너로 활동하는 신선 씨는 아동보호시설도 변해야 된다고 말합니다.

[신선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자립 7년 차: 제가 고등학생일 때 받았던 용돈이 3만 원이었거든요. 최근 (아동보호시설) 고등학생들이 받는 용돈도 4만 원이라고 하더라고요.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아동들의 용돈은 거의 동결이거든요. 경제적 지원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설도 같이 올라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주우진 자립청년준비협회 회장은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더 필요한 건 정서적 지원이라고 언급합니다.

[주우진 자립준비청년협회 회장/자립 6년 차: 자립준비청년들이 공통적으로 얘기를 했던 게 자립을 할 때 "어려움들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 없다"라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청년) 인원이 30명, 50명, 100명이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이게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자기는 진지하게 현실적인 답변을 얻고 싶은데도 다들 형식적인 얘기들만 해준다는 거죠.]

[박정기 사회복지사/신명보육원: 요즘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서 인식 개선에 많이 도움이 되긴 했는데 실질적으로 그 친구들이 느끼는 소외감이라든지 정서적인 불안감은 아직 '청년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정서적인 도움을 주고 관계 형성에 더 도움을 주는 것들이 풀어가야 할 숙제인 것 같기도 하고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지원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지원 개선 정책간담회를 찾아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립준비청년의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친구들이었어요. 지난 8월에 광주에서 불행한 일이 있었던 그 친구들. 사각지대를 메우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당사자의 목소리,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 이외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정부는 올해 전국 17개 지자체에 '자립지원 전담기관' 인력 180명(1인당 담당 청년 수 약 70명)을 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구, 세종, 강원 등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으며 선진국(1인당 담당 청년 수 약 30명) 수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 자립전담요원을 늘려가는 것이 아이들의 문제를 예방하는 것들 중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자립전담요원의 인력들은 계속 늘어나지만, 관련된 정책 혹은 관련된 메뉴얼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현장에서는 굉장히 힘들고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자립한 청년들의 고충에 있어 심리·정서적 지지 체계와 사회적 네트워크는 아직 부족합니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밥값'보다는 '밥을 함께 먹을 어른'이 필요할 때입니다.

[박정기 사회복지사/신명보육원: 좋은 사업과 프로그램이 있으면 (자립준비청년들과) 연락해서 단절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이니까 힘이 되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할 테니까, 시설과 연락이 단절되지 않도록 얘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주우진 자립준비청년협회 회장/자립 6년 차: (청년들이) 남들이 하는 말만 듣고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도움을 청할 때도 아무런 준비 없이 청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이고 어떤 준비를 해왔고 이런 것들도 한 번쯤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고요.]

[신선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자립 7년 차: 제가 자립 전문가가 하고 싶었던 건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는 그들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을 했고요. 자립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저나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꼭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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