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헌일 기자] 다수당이 국민의힘으로 바뀐 서울시의회가 예상대로 심한 줄다리기 없이 내년 서울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와 달리 주요 공약사업 예산을 단단히 확보하면서 민선 8기 시정에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서울시의회는 1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47조1905억 원 규모의 내년 서울시 예산안을 통과했다. 지난해 44조2190억 원보다 2조9715억 원 늘어난 역대 최고 규모이며, 시가 제출한 47조 2052억 원보다는 147억 원 줄어든 액수다.
올 지방선거에서 시의회 112석 중 76석을 국민의힘이 차지한 만큼 지난달 시가 제출한 예산안이 비교적 큰 변화 없이 최종 가결됐다. 자치구 소상공인회 육성지원, 쪽방거주자 생활안정지원, 횡단보도 LED바닥신호등 설치, 공항버스 재정지원, 청년일자리센터 조성 등 사업과 서울시립대 지원 예산 등이 상임위를 거쳐 일부 조정된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이 민선 8기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약자와의 동행, 도시경쟁력 강화, 도시안전 등 분야 예산도 무난히 시의회를 통과했다. 시의회와 극심한 마찰을 빚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올 지방선거 전까지 의정을 이끌었던 10대 시의회는 민주당이 전체 110석 중 102석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보궐선거로 당선된 오 시장은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시의회와 긴 줄다리기를 벌였다. 오 시장 공약사업과 전임 시장 핵심사업을 비롯해 TBS 지원금, 코로나19 생존지원금 등 예산을 두고 마찰을 지속하면서 준예산 운영 가능성까지 불거졌다.
결국 양 측이 서로 양보하면서 12월 31일 밤, 해를 넘기기 2시간 여를 앞두고 극적으로 통과됐지만 앙금은 남았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지못미 예산 시리즈'를 잇따라 게시하면서 장기전세주택과 지천 르네상스, 1인가구 안전, 서울 영테크·청년 대중교통 요금 지원, 안심소득 등 공약사업 예산 삭감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고, 시의회의 반박도 이어졌다.
이번에 시는 내년 오 시장의 중점사업 예산으로 약자와의 동행에 12조 8835억 원, 매력특별시 조성 2조 8699억 원, 도시안전강화 1조 6676억 원 등을 편성했고, 큰 수정 없이 통과됐다. 오 시장은 지난해에는 사사건건 시의회와 부딪치며 공약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이젠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오 시장은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된 뒤 "계층 이동사다리를 복원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매력특별시 서울을 만드는 초석을 다지겠다"며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기후위기·재난에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시기 귀중한 세금이 적절히 쓰일 수 있도록 시의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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