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서울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예고대로 무정차통과를 실행하면서 시-전장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립 확산 양상에 시민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깊다.
전장연은 14일 오전 8시 20분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시위를 진행했다. 휠체어를 탄 활동가 15명이 사다리를 들고 객차에 진입을 시도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활동가들을 막아서면서 대립했다. 결국 서울교통공사는 8시 44분경 당고개 방면 상행선 열차 1대를 무정차 통과시켰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8일 대통령실의 문의에 따라 필요한 경우 무정차 통과를 할 수도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후 14일 처음으로 무정차 통과 조치를 실행에 옮겼다.
이날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선전전은 248일째 진행 중이었고, 선전전 자체도 5분 이내로 했음에도 '무정차 카드'를 꺼낸 것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라며 "오히려 시민들을 불편하게 함으로써 시민과 장애인을 갈라치기 하고, 자신들은 책임에서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공사 측은 사다리 지참 행위가 열차 운행에 지장을 줬기 때문에 무정차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원래 진행되던 시위는 지하철에 탑승해 말하는 정도였으나 사다리를 들고 들어오면서 분위가 격화되고 있었고, 지하철이 지연돼 승강장이 혼잡한 상태였다"며 "지하철의 안전한 운행을 가장 우선시하는 곳이다 보니 시민 안전과 열차의 정시 운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시는 이번 무정차 조치로 삼각지역에서 내리지 못한 승객들이 숙대입구역에서 삼각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버스를 대기시키는 등의 조치를 했지만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됐다. 또 4호선 전체 운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고개 방면 열차와 오이도 방면 열차는 각각 36분, 17분씩 운행이 지연됐다.
이렇게 1년 넘게 계속돼 온 전장연의 시위에 서울시가 강경대응으로 맞서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민 불편이 생길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무정차 통과 외 다른 방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정차 통과는 시민들의 불편함, 비난의 원인까지 장애인들에게 돌리는 것"이라며 "대화가 아닌 강경대응을 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또 "이동권은 인권의 한 부분"이라며 "지금까지의 교통 시스템이 비장애인 위주로 돼 있기 때문에 비장애인들이 편하게 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지하철 선전전에서는 전장연과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연대(장애인연대)가 마찰을 빚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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