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경정)을 오는 13일 구속 송치한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총경) 보강수사는 이어간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태원 사고 특수본은 오는 13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을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증거인멸 혐의로 용산서 정보과 직원을 불구속 상태로 넘긴다고 12일 밝혔다. 참사 관련 피의자 중 첫 송치다.
박 전 부장은 핼러윈 기간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한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과장 등 일선서 정보과장이 있는 단체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직권남용권리행사 혐의는 불송치하기로 했다. 다만 김 전 과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는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김 전 과장 입건 당시 적용 혐의가 명확하지 않아 두 가지로 조사해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에 보도된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했다면 증거인멸에 가까운 행위에 직무권한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삭제 지시를 받은 직원이 본인 작성 문서가 아닌 타인 PC 저장 파일을 삭제한 것이 직무권한에 속하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 전 서장은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이 전 서장은 지난 10월29일 참사 발생 50분만인 오후 11시5분쯤 현장 인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으나, 용산서 상황보고서에는 오후 10시20분 전후 도착했다고 기재한 의혹을 받는다.
특수본은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을 지난 6일 입건한 상태다. 특수본은 현재 해당 문건이 작성된 경위와 검토, 보고, 전파 과정을 수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보고된 상황보고서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 등 영장 재신청과 함께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영장도 일괄적으로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주 안에 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현재 과실이 중첩돼 결과가 발생했다는 공동정범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 류미진 총경을 놓고는 "영장 재신청, 타 기관 신청이 마무리되면 2차 신병 처리를 추가로 할 예정"이라며 "직무유기 외에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내부에서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묵살한 의혹을 받는 동묘영업사업부장을 놓고는 "본인이 검토하고 판단해서 조치하지 않은 것인지, 아예 하지 않은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용산서와 이태원역장 사이 진실 공방은 어느 정도 수사를 진행했으나 아직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방청이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을 운영하지 않고도 운영한 것처럼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소환은 검토 중이다.
김광호 서울청장 등 경찰 지휘부 수사를 놓고는 1차 신병 처리가 마무리되면 추가 소환조사를 판단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서는 행안부와 서울시 등 참고인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 2시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