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으로 추가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변호인 없이 홀로 첫 재판에 임했다. 유 전 본부장은 공소사실 상당 부분을 인정한다고 직접 밝혔으나, 변호인 선임 뒤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엿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7일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본부장과 공사 개발1팀장 주모 씨, 민간사업자 정재창 씨 등의 첫 공판을 열었다.
유 전 본부장은 다른 피고인과 달리 아직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했다. 홀로 피고인석에 선 그는 "(공소사실의) 상당 부분을 인정한다"라고 밝혔다.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건 자백으로 통한다. 이 사실을 고지받은 유 전 본부장은 "변호인이 참여했을 때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다"라고 입장을 다소 바꿨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까지 변호인 선정이 안되면 국선 변호인 선정을 검토하겠다"라고 했다.
공사 개발1팀장 주 씨 측은 "피고인들과 공소사실을 공모하지 않았고 공무상 비밀을 통해 재산을 취득하게 할 고의가 없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민간사업자 정 씨 측은 변호인 선임이 이번 주 이뤄져 사건 기록을 검토하지 못했다며 다음 기일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 측은 "대략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세부적으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이 사건이 검찰 수사권 안에 포함돼 있는지, 부패방지법에 남 변호사가 해당되는지 등 법리적 문제점이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의견서로 추후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
정영학 회계사 측은 "부패방지법은 기본적으로 서로 대향되는 행위를 필요로 한다. 대향범의 경우 형법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민간사업자들을 부패방지법 위반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대향범이란 2인 이상의 행위자가 서로 다른 행위를 해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는 범죄를 말한다.
이들은 2013년 7월 위례신도시 A2-8블록 개발사업에 관한 공사 내부 비밀을 공유해 '위례자산관리'가 민간사업자로 선정되게 한 혐의 등으로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방법으로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뒤 418억 원 상당의 시행이익이 나자 호반건설 169억 원, 민간사업자 42억 3000만 원 상당의 배당이득을 챙기게 한 혐의도 받는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사업 초기 위례투자 2호와 위례파트너 3호 등을 설립해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내년 2월 8일 오전 10시에 두 번째 공판기일을 열고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추가로 정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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