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조소현 인턴기자]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물 남욱 변호사의 진술이 도마에 올랐다. 남 변호사는 석방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연일 폭로를 이어가고 있지만 김만배 씨가 신빙성을 적극 허물고 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의혹 배임 사건 재판에서 김만배 씨 측은 남 변호사를 상대로 증인신문을 이어갔다.
김 씨 측은 그간 이 대표 관련 남 변호사의 증언에 의문을 제기하며 '2014년 성남시장 재선을 앞두고 이 대표 측에 최소 4억 원을 건넸다'는 발언을 문제삼았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21일 이기성 더감(분양대행업체) 대표에게 약 22억 5000만원을 받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근들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김 씨 측에 12억 5000만원을 건넸고 강한구 전 성남시의원에겐 5000만원, 최윤길 전 시의원에겐 6000만원, 고 유한기 전 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에게 2억원, 모 종교단체 간부들에게 1억8000만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최소 4억원'이 이 대표의 시장 재선 자금 용도에 쓰이기도 했다고도 언급한 바 있다. 대장동 사건과 이 대표 사이에 선을 그었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남 변호사는 "이기성 대표에게 빌린 2억을 정영학 회계사에게 전달하는 자리에 김만배 씨도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김 씨의 변호인은 "(이기성 대표를) 만난 장소가 어딘지, 누가 도착했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김 씨가 있었다는 것은 기억하냐"고 지적했다. 이에 남 변호사는 "제 기억에서 장면이 기억나서 말씀드린 것"이라면서도 "아직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 측은 남 변호사의 진술이 정영학 회계사의 진술과 엇갈린다고도 지적했다. 정 회계사는 이기성 대표에게 빌린 2억을 받는 자리에 남 변호사만 있었고, 김 씨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른 기억과 섞였을 가능성'을 묻는 김 씨 측의 질문에 남 변호사는 "유한기 본부장이 2억원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이기성 대표에게 부탁하느라 고생했다"며 "그래서 기억이 난다. 김만배가 계속 쪼아서 이기성에게 부탁했다"고 답했다.
이날 김 씨 측은 이 대표에게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이 과거 남 변호사가 JTBC 인터뷰에서 했던 주장과 배치된다고도 지적했다. 남 변호사가 과거 이 대표에 대해 '씨알도 안 먹힌다'고 표현한 바 있다.
남 변호사는 "워딩(말) 자체는 사실"이라며 이 대표는 "'공식적으로' 씨알도 안 먹힌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남 변호사는 "아래 사람이 다 한다는 뜻이었다"며 "추측이니까 걱정돼서 함부로 말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대표의 측근 정진상 실장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남 변호사와) 일면식도 없고 연락처도 알지 못하며, 이는 남 변호사도 인정하고 있고 검찰도 확인한 사실"이라고 부인했다.
남 변호사의 법정 증언은 지난 2일 한 차례 더 논란이 됐다. 지난 2일 김 씨 측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모지침서 작성·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공사 측의 도움과 각종 로비가 있었고, 정영학 씨가 사업을 모두 설계했다'는 남 변호사의 진술을 지적하며 '수정할 게 많지 않냐', '과장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김 씨 측은 "구체적으로 잘 모르지 않냐"며 "추측, 그것도 화가 나서 한 추측"이라고 지적했고 남 변호사는 "당시 코너에 몰려 있는 느낌이었다"며 "정영학 씨가 제가 다 주도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길래 반발심이 났다"고 인정했다. 김 씨의 변호인은 또 "관련 사건 재판에서 '과장하거나 추측성 발언 또는 수사기관이 원하는 답변을 꽤 많이 했다'고 답하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남 변호사는 "그렇게 답한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이날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가 지난해 말 대장동 개발 의혹이 담긴 자료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에 넘긴 것으로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김 씨의 변호인이 '김만배 씨와 정영학 씨가 2019년 11월 싸움이 있었는데, 정 씨가 이낙연 측 윤영찬 의원을 통해 김 씨에게 크게 싸움을 걸었다고 진술한 게 맞냐'고 묻자 "'428억' 천화동인 1호와 관련된 부분, '50억 클럽' 관련된 부분 등을 정 씨 변호사가 윤 의원에게 녹취록을 포함해서 자료를 넘겼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누구한테 들었느냐'는 질문에는 "기자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윤 의원실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남 변호사가 진술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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