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안정호 기자] 정부가 교육활동을 중대하게 침해한 학생에 대한 조치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학생을 향한 ‘낙인효과 우려’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달 중순 이후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에 대한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관련 시안을 공개하고 공청회를 진행했다. 교권 침해 방안 추진 배경에 대해 교육부는 증가하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학교의 교육활동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9월 교권 침해 사항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지난 2017년부터 5년 간 심의한 교권 침해 건수는 2017년 2566건, 2018년 2454건, 2019년 2662건,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대부분 원격수업이 진행됐던 2020년을 제외하고 모두 2000건이 넘는 수치다. 교권 침해 유형으로는 학생·학부모의 모욕·명예훼손 침해가 가장 많았고 상해나 폭행도 전체 유형 중 10%가 넘었다.
교권 침해 사례는 다양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5월 발표한 ‘2021년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학생이 수업시간에 수업을 방해하자 교사는 교실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해당 학생은 주변에 있던 쇠파이프를 교사 쪽으로 던졌다.
복도를 지나가는 여교사의 신체 일부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친구들과의 메신저에 사진을 공유하거나 교사의 학생 지도에 앙심을 품고 성적 묘사를 했다며 학생이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에 교총은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사후 처리를 하고 있지만 당장의 수업 방해, 욕설을 즉시 제지할 수 없어 여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교사 인권이 무너지고 있다"며 "교사가 문제행동 학생 지도를 외면해버리는 경우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부 기재 조치가 ‘학생 위협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통해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경각심’ 제고를 명분으로 조치사항을 기록하는 것은 교육적 지도를 통한 교육활동 침해 예방이라는 본래적 역할은 충족시키지 못한 채 사실상 ‘학생 위협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학생부 입력을 막기 위해 조치에 불복한 소송이 증가하고 학교는 법적 분쟁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희성 교사노조연맹 정책2국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교권보호 강화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교권 침해 조치 학생부 기재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같은 조치가 "학생들에게 경각심 제고나 예방에 효과가 있지 않다"면서 "실제로 학교폭력 조치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해도 학교폭력은 전혀 줄지 않고 날로 심각해지고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는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의 추진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생부 기재 방안이 시행되기 위해선 교원지위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 교육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에서 보류시킨 상태다.
교육부는 학생부에 기재되는 중대한 교권 침해 사안의 기준을 추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학·퇴학과 같이 명확히 중대한 사안으로 볼 수 있는 부분과 출석정지·학급교체 등 판단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각 단체의 입장이 다르다"면서 "추후 대통령령으로 (중대한 교권 침해 사안을) 기재한다고 결정이 나기까지 (기준을) 논의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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