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밀지 마세요"…지하철 파업 첫날 '퇴근길 대란'


지하철역 곳곳서 불편 토로…불안해 택시 타기도

지하철 노조 파업이 시작된 30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윤웅 기자

[더팩트ㅣ김이현·윤웅 기자] "밀지 마세요. 꽉 찼으니까 자꾸 밀지 마세요."

30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만난 직장인 정모(30) 씨는 지하철을 기다리다 다시 역 밖으로 나왔다. 지하철이 멈춰도 사람이 가득한 상태에서 2~3명만 타고 내리길 반복하니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합정역 혼잡한 환승구간에서 자리를 피해있던 임상빈(50) 씨는 "평소에 이 정도까지는 아닌데 지금 열차가 너무 늦게 와서 사람들이 특히 몰렸다"라며 "지금 타는 건 포기하고 시간을 좀 보내려고 (환승구역에서)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대부분 지하철역에선 지하철 파업에 따른 '열차 운행 지연’ 양해를 구하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대부분 역사 입구에는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사고 방지를 위해 경광봉으로 승객을 안내했다.

지하철 5·6호선 공덕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조모(30) 씨는 "3호선 인근에서 살고 있는데, 그쪽은 더 심각했다"며 "목적지까지 원래 1시간 거리인데 40분 정도 더 기다리면서 1시간 40분 걸렸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시청역에서 영등포구청역 인근 집까지 택시를 타고 온 윤모(32) 씨는 "원래 퇴근시간에 사람이 붐비긴 하는데, 파업 소식 듣고 나서는 개찰구까지 들어가지 않았다"며 "괜히 사람이 몰리면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지하철 5호선 공덕역에 파업으로 인한 열차 지연상황을 알리는 알림판이 붙어있다. /윤웅 기자

출근 시간대에는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 공덕역 내 노점상을 운영하는 이모(54) 씨는 "전장연 시위할 때는 엄청나게 붐볐는데, 오늘은 방송을 미리 해서 그런지 평상시 출근 시간과 같이 비슷했다"며 "역사가 붐빌까 봐 미리 와서 제품들을 치울 생각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김동준(49) 씨는 "오늘 파업인 줄 몰랐다"라며 "열차가 조금 늦게 오긴 했는데 그만큼 열차 안에 사람이 많긴 했다. 그런데 그렇게 (파업이) 체감되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는 100%의 열차운행률을 유지하고, 오전 9시 이후에는 72.7% 수준으로 운행한다고 공지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이날 출근 시간대에는 미리 공지한 시간대로 운행률 100% 운행하면서 크게 지연된 열차는 없었다"라며 "오후 7시 기준 퇴근 시간 운행률은 85.7%로 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이날 오후 7시 본교섭을 재개했다. 공사 측은 재정난을 이유로 오는 2026년까지 1500여 명의 인력을 줄이겠다고 밝혔고, 노조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교섭이 타결되더라도 혼잡함이 곧바로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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