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조작' 피해자 강기훈 국가배상 책임 커졌다


대법 "국가 개별 불법행위 장기소멸시효 적용 안돼"

대법원이 유서 대필 사건 피해자 강기훈 씨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더 폭넓게 인정했다./뉴시스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대법원이 '유서 대필 조작 사건' 피해자 강기훈 씨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더 폭넓게 인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30일 강기훈 씨가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위법한 조사, 변호인 접견권 제한, 피의사실 공표 등 강기훈 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국가의 개별 불법행위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에 따른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으로서 장기소멸시효(5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시효를 적용해 청구를 기각한 원심은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국가와 검사를 상대로 한 수사 전반과 기소, 검사와 국과수 감정인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원심대로 기각했다.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은 1991년 5월 8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사회단체 전민련 사회부장이던 김기설 씨는 서강대 본관 옥상에서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며 분신했다.

검찰은 김 씨의 사망에 배후세력이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고 강기훈 씨가 김 씨의 유서를 대필해주고 극단적 선택을 방조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강기훈 씨는 1992년 7월 24일 대법원에서 자살방조 혐의 등의 유죄가 확정됐으나 2007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이 사건 의혹을 조사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에 강씨는 자살방조 혐의 재심을 청구한 결과 무죄를 선고받아 2015년 5월 14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강씨는 재심 무죄 판결을 토대로 국가와 사건을 수사한 강모 부장검사와 신모 주임검사, 필적을 감정한 국과수 감정인 김모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국가와 검사를 상대로 한 수사 전반과 기소에 청구한 손해배상은 증명 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개별 불법행위는 장기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와 감정인의 위법한 필적감정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일부 인용했다. 필적감정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재심 판정 확정까지 소멸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봤다.

2심은 1심과 달리 일부 위자료를 증액하고 필적감정 감정인 개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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