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158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9일로 한 달이 지났다. 국민에 큰 충격을 줬지만 초기 국가기관의 책임 회피성 태도 등은 상처를 더했다. 책임 기관 중 하나인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조직 명운을 건 수사에 나선 상태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158명이 숨지는 등 354명 사상자가 발생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폭 3.2m에 길이 40m 비탈길에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한 유례없는 참사다.
재난안전 주무부처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참사 발생 다음 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입장을 바꿔 사과했으나 주무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책임 당사자 중 하나인 경찰은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꾸려 조직의 신뢰를 좌우할 수사에 나섰다. 참사 직후 서울경찰청 수사본부가 구성됐지만, 김광호 서울청장 등도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국가수사본부에 독립된 대규모 특수본이 출범했다.
다만 초기 수사는 참사 현장에서 '밀어'라고 외쳤다는 '토끼머리띠' 등에 집중하며 지엽적 수사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무급 대처 영역에 집중한 반면 윗선 수사는 더디다는 비판도 잇달았다.
특수본 관계자는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밤낮없이 열심히 수사했다. 국민들이 보기에 다소 지지부진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결국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사를 진행해왔다. 조금만 더 지켜봐 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행안부와 서울시를 압수수색하고, 경찰청과 소방청은 각각 청장 및 청장 직무대리 사무실까지 강제 수사하며 본격적으로 윗선에 칼끝을 돌렸다. 그러나 참사 초기부터 '셀프수사' 비판을 받았고, 결국 정치권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정조사가 비록 초기지만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피해자 등 유족 보호보다는 또 다른 정쟁 도구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양당 손익 계산부터 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특수본의 어깨가 무겁다. 사고 원인부터 규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골목 옆 해밀톤호텔의 불법 증축 의혹도 들여다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실무진급 참사 전후 대처 수사를 넘어서 김광호 서울청장과 윤희근 경찰청장,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소방청 차장), 이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대통령실까지 형사책임 소재를 가리는 등 '성역 없는 수사'도 요구된다.
수사 초기부터 쉽지않은 수사라는 평가도 이어진다. 피의자들에게 적용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입증하기 까다롭다는 이유다. 어느 때보다 총력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수사가 종결돼도 검찰과 법원 단계가 기다려 특수본의 결과물은 이중·삼중의 검증을 받게 된다.
특수본의 첫 시험대는 주요 피의자 신병 확보다. 특수본은 이번 주 안에 실무진급 피의자 조사를 마무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영장 발부 여부는 그간 수사의 '중간 평가'가 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는 없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참사 전 '예방'과 이후의 '대처', '현시점'까지 공직 사회는 책임 있게 대응하지 않았다. 결국 특수본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정조사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김 교수는 "수사에서 부족한 거시적인 대책이 국정조사를 통해 나와야 한다"며 "그전에 고위공직자들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봤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참사 전후 선출직이든, 정무직이든, 일반직이든 모든 공무원이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그동안 내재한 공직 사회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유족의 피해 회복을 위해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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